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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3] '문자 읽씹'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서길원 大記者

2024-07-10     서길원 大記者

“정치를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향한 충성 행위로 보는 왕조 시대의 대신들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보고 있다.”

총선 참패를 딛고 당 대표를 뽑아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 가관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723 전당대회를 뒤덮어버렸다. 정책과 쇄신 각오는 오간 데 없고 오로지 '읽씹'만 남았다.

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당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후보는 없고 '문자 읽씹' 공방 뿐이다.

한 후보가 총선 당시 '명품백'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쟁 주자들은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며 한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한 후보를 향한 '배신자' 공세다.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막았고, 이것이 결국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쳐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며 주장까지 나온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비판적인 여론이 지속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총선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사과' 의사를 한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밝혔는데 한 위원장이 문자를 읽고도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친윤 쪽 주장이다.

친윤 쪽의 주장은 ‘감히’라는 단어와 함께 한 후보의 ‘불충’을 가리킨다.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 적 질문은 사라지고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까지 시키며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배신자’ 낙인 찍기다.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김 여사의 문자는 모두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대한 내용이다. 김 여사는 5차례 걸쳐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이 붙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 는 등의 문자를 한 후보에게 보냈다. 한 후보는 김 여사의 이런 문자를 읽고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공개된 문자 내용이 모두 각 색을 거친 일부 내용인 탓에 그 의도와 배경을 둘러싼 추측과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김 여사의 문자 논란에 대통령 실이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 만 당무개입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여당 대표에게 사적으로 문자를 보내 ‘사과 여부를 협의’한 것도 정상은 아니다. 김 여사는 사과 의사가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잘못을 고백하고 검찰 수사에 임하면 될 일이다.

권력 최 상층부의 내밀(內密) 한 문자가 외부로 공개된 것을 우연으로 보기도 어렵다. 대통령 실은 전대 개입 의사가 없다면 문자 유출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읽씹' 논란은 정치인들의 시선이 아직도 국민을 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는 데 있다. 정치를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향한 충성 행위로 보는 왕조 시대의 대신들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보고 있다.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멀었다. 그래서 국민들이 대신 부끄럽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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