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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열다

곽규민 수필가

2024-09-08     전국매일신문
곽규민 수필가. 

길을 열다

곽규민

다림판에 기억을 올려놓는다

어머니는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이불 홑청에 거침없이

길을 만든다

메마른 논바닥에 여섯 줄기 물길을 연다

육 남매가 걸어가야 할 길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 다리미로

길을 밀 때

지지직,

물과 어머니 염원이 타는 소리

너희는 배곯지 마라

많이 배워 큰사람 되어

동네 어귀에 꽹과리 소리 울려라

아니, 아니다 아프지만 마라

세상살이 별거냐

아프지만 마라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두 아들 바지에 바로 선 주름

길 만든다

<‘제22회 혜산 박두진 전국 백일장’ 으뜸상 수상작>

[전국매일신문] 곽규민 수필가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