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함께 읽는 詩 85] "다 너희들을 위해서"...(?)

서길원 大記者

2024-09-11     서길원 大記者

박후기 시인(1968년생)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2003년 ‘작가 세계’ 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이 시를 읽고 난 뒤 자기 뜻대로 자식들을 만들어가려는 부모님이 떠올랐다.
자식의 개성은 무시하고 '아빠가 의사니까 너는 의대 가야 한다', 또는 '삼촌이 판사니까 너는 법대 가야 한다'며 강요하는 부모님들. 아이의 희망과 적성과 상관없이 그렇게 몰아붙이는 현실이 생각나 이 시를 거듭 읽어보았다.

“수형(樹形)을 바꾸기 위해 / 수형(受刑)의 짐을 지운 것인데,” 수형(樹形)과 수형(受刑),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 유희다. 수형(樹形)이 ‘나무의 형태’라면 수형(受刑)은 ‘죄수가 형벌을 받음’이다. 분재로 만들려면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두지 않는다. 그러면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여린 나뭇가지에 / 돌멩이 하나 매달”아 둡니다. 즉 수형(樹形)을 위해 서다. 돌멩이를 매달면 무게 때문에 그쪽으로 가지가 휘어질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이 나무가 마치 큰 잘못을 저질러 형벌을 받는 죄수의 모습, 즉 수형(受刑) 받는 모습과 닮았다. “기묘한 과일 같은 것이 / 팽팽한 줄에 목을 걸고 / 온몸으로 가지를 당기고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돌멩이는 멀 리서 보면 과일 같다. 언뜻 보면 나뭇가지에 사과나 배가 달려 있는 모양 세다.
여린 나뭇가지에다 철사로 챙 챙 감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거나, 돌멩이까지 매달아 자신의 본성대로 자라지 못하고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 자라도록 함이 바로 분재다.

“전족을 한 키 작은 나무들” 중국에선 예전에 여자의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들을 어릴 때부터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넣듯 힘껏 묶어 헝겊으로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했다. 시인은 분재의 모습에서 전족을 보았다. 여자들은 원치 않았으나 남자들의 기호에 맞추도록 발을 그렇게, 나무를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도록 만든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느냐가 아닌 부모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갖가지 전족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리 말한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고. '너희들은 미래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부모인 우리가 길잡이 노릇한다'고. "휘어진 나뭇가지에 /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 고통 한 근"

나뭇가지를 휘도록 만드는 돌멩이의 무게는 고통 한 근의 무게다. 아니 시인은 점잖게 표현했지만, 열 근 백 근 도 더 된 짓누름의 고통이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고...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hengyuanshangwu.com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