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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 '제6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죽형조태일 25주기 문학축전' 개최

2024-10-20     곡성/ 김영주기자
박석무(사) 죽형조태일시인문학기념사업회 이사장

전남 곡성군 태안사에 위치한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와 곡성군이 주최한 제6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 및 제24회 죽형조태일 25주기 문학축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상래 곡성 군수를 비롯해 강덕구 군의회 의장, 김병내 광주광역시 남구청장, 박석무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전국의 시인 2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식전 행사로 석곡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의 위풍당당행진곡, 미뉴에트 3번, 작은별 오케스트라 연주가 됐다.

박석무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조태일 시인의 25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문인들의 기행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섬'이 있었으며, 《시인》지가 복간되고 추모 시집도 발간됐다"고 말했다.

이어 "곡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제6회 조태일 문학상 시상식과 2024 죽형 조태일 문화축전-고여있는 시, 움직이는 시가 포함된다. 이번 행사는 조태일 시인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많은 분들의 뜻으로 가능했으며 곡성군과 광주전남작가회의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상래 군수는 "김지하, 김준태 시인 등 강인한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돼 이번 축전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제6회 조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박석준 시인에게도 축하를 전하며 조태일 시인을 마음 깊이 기억하며 해마다 자리를 빛내주는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또 "조태일 시인은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시로 담아내며 정의와 인간의 존엄을 외친 불굴의 시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6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자 박석준 시인은 "1968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집안의 파산을 겪고, 대학교 1학년 때 남민전 사건으로 형들이 수감됐다. 몸이 허약해도 돈을 벌어야 했고 형들의 사건 때문에 1983년 안기부에 각서를 쓰고 교사가 됐다"고 전했다. 또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위해 해직을 선택했으며, 1994년 복직한 후 인생을 되돌아보며 '카페, 가난한 비'를 집필해 2008년 등단했다. 빚을 모두 갚고 60세에 명예퇴직했다. 자서전 '내 시절 속에 살아있는 사람들'과 시집 '카페, 가난한 비,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그리고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를 발간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조태일 시인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고, 문학인들의 화합을 다지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전국매일신문] 곡성/ 김영주기자
0joo-K@jeonmae.hengyuanshangwu.com


다음은 박석준의 시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를 소개한다.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

신 살구 같은 유동의 유월 밤비 속을 49살인 나는 걷고 있다. 불빛 흘리는 상점들이 비에 젖는데
돈도 사랑해줄 사람도 없어서, 나는 은행 앞 우체통 앞에서 떠오른 전당포 같은 어두운 곳 슬픈 눈의 형상을. 케이크를 떠올려 가려버린다.

나는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돈 5만 원을 찾고는 제과점 속에서 떠오른 전당포 같은 어두운 곳 슬픈 눈의 형상을 쇼윈도 속 케이크를 돈 주고 사면서 가려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가난하여 나의 결여로 인해 조직에서 소외되어 전망이 흐릿한데도, 살아가려고 한다.
나는 퇴근하면, 순천 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를 탔고 도착하면 시내버스를 탔고 유동에서 내렸다.

그런데 오늘 나는 유동에 오자 유월 밤비를 맞고 걸었다. 사람들이 흘러가고 2층 카페 스토리가 흘러가고 불빛 흘리며 상점들과 돈과 차들이 흘러가는데, 전당포 같은 어두운 방 슬픈 눈이 다시 떠올라서, 방 안에서 어머니가 아파서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아서, 나는 결여가 있어서 괴로워서, 어리석어서, 신 살구 같은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 걷고 있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