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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해풍도 이겨낸 명품, 강화섬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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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해풍도 이겨낸 명품, 강화섬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8.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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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강화군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으로 넓은 섬이다. 마니산을 중심으로 갯벌과 바다, 산과 너른 들판까지 포용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격동의 역사와 문화를 끌어안고 있다. 고려시대 몽골 제국 침략 당시 39년간 도읍(都邑)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의 중심지가 됐다. 강화도의 벼농사는 이때부터 본격 시작되었다. 인구 급증에 따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강화군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으로 사시사철 해풍이 부는 곳이다. 해풍에 영향을 받은 토양은 미생물이 많아 비옥한 토지로 쌀의 영양가를 높여 준다. 북한 접경지역, 문화재 보호지역, 철새도래지보호(갯벌보전) 등의 이유로 개발이 제한돼 공장 등 공해 유발업소가 없는 청정지역이다. 농업용수는 지하수와 빗물만으로 농사를 짓는다.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물이라는 장점이 된다. 강화도 쌀이 명성을 얻는 이유다.

강화군의 농경지는 대부분 간척지 토양이어서 마그네슘(Mg)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마그네슘은 벼의 결실(여뭄)을 좋게 하고 밥의 찰기를 높여 준다. 더욱이 강화군에는 큰 산이 없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다른 지역보다 길다. 일조량(日照量)이 풍부해 벼가 잘 자란다는 뜻이다. 햇빛이 얼마나 오랫동안 비추는지를 측정한 값을 일조시수(日照時數)라고 하는데 벼가 크고 익어가는 9월의 일조시수를 보면 강화는 7.1로, 6 내외인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전국 평균보다 무려 1시간이나 길다. 온도는 섬 지역의 기후 특성상 밤낮의 온도 차가 10℃로 심해 고품질 쌀 생산에 유리하다.

강화군의 벼 재배면적은 총 9,914㏊로 매년 4만9,820톤가량의 쌀을 생산한다. 강화섬쌀은 비료와 농약을 덜 써 단백질 함량이 낮고 찰기와 윤기가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밥맛을 낸다. 밥은 식은 뒤에도 맛이 좋아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강화지역의 주요 재배 품종으로는 삼광, 참드림, 고시히카리 등이다. 순도 95% 이상의 우량종자로만 심어진다. 단백질 함량 6.0% 이하, 품위등급 ‘특’만을 엄선해 유통한다. 특히 강화군에서는 15㏊ 이상의 특화 농지를 조성하고 철저한 재배관리를 통해 고품질 고시히카리 쌀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고시히카리는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밥맛이 우수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인기 있는 쌀 품종이다.

강화군은 우리 품종 보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최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쌀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농촌진흥청, 강화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 소비자와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연구에 나서 ‘나들미’를 개발했다. 2023년 품종등록까지 완료했다. ‘나들미’는 나들길을 걸으며 볼 수 있는 잘 익어가는 강화 들판의 벼를 말한다. 이 쌀은 찰지고 맛이 좋을뿐더러 병해도 강하고 추청(아끼바레)보다 수확시기가 빠르다.

강화군에서 1년 쌀농사를 지으면 강화군민(7만명)이 10년은 먹고살 정도다. 강화에서는 10%밖에 소비를 못 한다. 다른 지역으로 출하(出荷)해야 한다. 다행히 강화군은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어 대형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인천시민(300만명)이 강화 쌀만 먹으면 3~4개월이면 다 소비된다. 따라서 강화군은 인천시를 대상으로 쌀 판매 확대를 위한 유통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우선 인천 지역 학교급식 쌀로 사용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161개 경로당에도 어르신들이 질 좋은 밥을 드실 수 있도록 강화섬쌀을 공급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현재까지 캐나다로 110톤을 수출했다.

지금 우리 농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비는 올라가고,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하고, 이상기후로 인해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좋은 강화섬쌀도 지속되는 소비감소로 쌀값 하락과 재고 문제를 안고 있다. 아무리 쌀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쌀은 여전히 전 국민의 생존 기반이다. 지금처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식량 자급의 최종 보루는 쌀일 수밖에 없다.

가을, 수확의 계절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쌀의 과잉시대. 쌀 소비 확대의 활로는 국민 생활 속에 있다. 최근 아는 지인이 쌀로 만든 피자에 대해 칭찬하는 모습을 봤다. 밀가루 피자보다 훨씬 소화가 잘되는 느낌이어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음식을 먹기보다는 영양 좋은 밥 한 공기 더 먹어주기만 하면 우리나라의 쌀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해풍을 이겨낸 강화섬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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