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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김문수와 경기국제보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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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김문수와 경기국제보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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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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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중앙정부에서 일하던 나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조직이 와해 되면서 경기도청으로 왔다. 해양수산과 근무를 명받았다. 그리고 화성시 전곡항에서 그해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의 현장조성과 대외협력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에게 보트, 요트, 해양, 수산이라는 용어는 낯설었다. 행사준비는 이미 1월부터 추진 중이었다.

발령을 받자마자 외딴섬으로 끌려가는 심정으로, 수원에서 화성 전곡항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천막 안의 수산물 좌판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때 같이 있던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더니 점퍼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깡마른 사람을 쫓아다니기에 나도 나가 보았다. 어수룩한 사람이 마대 포대를 들고 빠른 걸음과 행동으로 바닷가의 비닐, 페트병 등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누구냐고 불쑥 물었다. “제가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깜짝 놀라 머뭇거리며 뒷걸음쳤다. 도지사가 업무를 마치고 떠나간 후 함께 있던 직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야단법석이다. 어디 도지사님께 감히 “누구냐?”고 물었느냐고 “우리는 다 죽었다.”며 노심초사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 사실 나는 그날까지 도지사의 얼굴을 몰랐다. 이날에서야 처음으로 도지사를 만난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는 전곡항에서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개최해 경기도 서해지역을 해양산업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곡항은 세계적 대회를 개최하기에는 아무런 기반 시설이 없던 불모지였다. 온갖 비난과 부정적 여론만 난무했다.

비평은 다양했다. 요트 계류장이 없다. 주차장과 생활 편의시설도 없다. 우리나라는 요트를 못 만들어 안 된다. 요트는 수심이 3m 이상은 돼야 하는데 이곳은 조수간만에 차가 심해 수심이 낮아 안 된다. 바람도 없어 요트가 움직이지 못한다. 외국 바이어와 선수들이 이런 후미진 곳은 안 온다. 우리나라에서 해양레저는 시기상조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안 되는 주장만 늘어놓으며 불가 여론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당찬 ‘김문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사 개최 3개월을 앞두고는 매일 추진상황점검과 현장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며 불가여론을 돌파했다. 현장에 올 때는 다른 일정에 차질 없도록 점심시간에 와서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점심은 이동 중 차 안에서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었다고 한다.

도지사의 지휘를 받아 행사준비를 하였다. 전곡항의 50년 된 해안 군(軍) 경계용 철책선을 철거하고 첨단감시장비로 교체해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게 했다. 전곡항 내에 무질서하게 방치된 적치물과 가건물 등을 제거하고, 현대식 시설로 정비했다. 미관을 해치는 전봇대와 전선을 지중화하고 전 구역의 도로를 깔끔하게 포장했다.

잡초가 무성한 뻘위에 잡석을 깔고 다져서 2,00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을 만들었다. 보트와 각종 해양 레저 장비 등을 전시하고 세계 바이어와 무역 등을 상담할 수 있는 2,500평 규모의 돔 전시관도 설치했다. 국민가수 조용필과 축구선수 박지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대대적인 국내외 붐을 조성하고 성공을 기원했다.

요트와 레저용 보트 200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과 계류장, 해안의 산책길, 상점, 식당가 등을 갖춘 마리나(Marina)를 건설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기 힘들다는 요트도 우리기술로 2척을 건조했다. 이 요트로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경기를 진행했다.

요트를 띄우기 위한 수심도 걱정이 없었다. 전곡항은 화성시 제부도와 안산시의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로 인해 밀물과 썰물에 관계없이 24시간 배가 드나들 수 있다. 다른 서해안 지역과 달리 수심 3m를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형으로 요트 경기에 지장이 없다. 여기에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준설작업도 병행했다.

걱정했던 바람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측정 결과, 5월과 6월에는 일 평균 분당 2~3m의 남동풍이 꾸준히 불며, 낮 시간대는 요트경기에 가장 적합한 5~7m의 중풍이 불었다. 전곡항은 인근 제부항과 탄도항이 삼각형 모양으로 연결돼 일종의 만(灣)을 형성하고 있어 요트 경기 진행과 관람 등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황무지와 다름없는 전곡항을 불과 3개월 만에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을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행사는 예정대로 6월에 개막했다. 동시에 마린 페스티벌(Marine Festival)도 치러졌다. 보트쇼와 요트대회를 함께 묶었고, 여기에 지역주민을 위한 해양축제를 아우른 것은 국제적으로도 처음이란다. 자원봉사자도 2천500명이 참여했다. 준비기간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행사가 열린 5일 동안 35만명이 행사장을 다녀갔다.

국제보트쇼에서는 국내외에서 출품한 요트·보트 200여척과 의류, 장비 등 수상레포츠 관련 제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국내 해양 관련 업체들은 보트쇼에 참가한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세계 35개국의 217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상담회를 통해 600억원 상당의 현장 계약실적을 올려 국내 해양레저산업의 물꼬를 텄다.

요트대회에서는 세계 랭킹 1위인 이안 윌리엄스(영국), 2위 매튜 리차드(프랑스) 등을 포함한 9개국 12개 요트팀이 참가해 레이스를 펼쳤다. 세계 100여개 국에 요트대회가 중계되는 홍보 효과도 얻었다. 이 밖에도 보트쇼 전시장 안팎에 모형배 조립부터 어선을 타고 떠나는 바다낚시, 갯벌서 조개잡기 체험까지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됐다.

그동안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보트와 요트였지만 국민 모두가 해양레저를 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여기에 해양레저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이를 계기로 전곡항이 다기능 레저·테마어항으로 변모하였다. 더불어 김포 아라마리나도 130여척의 수상계류장을 마련하고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8년의 재선, 김문수 도지사는 2014년 명예롭게 퇴임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경기국제보트쇼는 매년 성황리에 이어지며 해양레저산업을 지속 성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서해지역을 해양레저산업의 메카로 만든 것은 오롯이 ‘김문수’의 업적이고 성과다.

나는 김문수 도지사와 무려 7년을 지척에서 일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안 많은 것을 터득했고 이뤘다. 그런 그가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됐다. 과거처럼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는 일꾼이 되길 바란다. 분명 김문수 장관은 상생(相生)과 연대(連帶)의 노동시장을 조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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