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개기
- 엄원용作
아내가 세탁한 빨래를 갠다
각이 딱딱 맞는다
어떻게 그렇게 잘 개느냐고 하니까
심성이 바르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심성을 바르게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빨래를 개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시인 이오장 시평]
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들은 전부 심성이 고울까.
엄원용 시인 말대로라면 전부가 심성이 고와야 한다.
그렇게 힘든 훈련 중에도 빨래해야 하고 옷가지와 침구의 각을 지게 하지 않으면 벌칙을 줘, 모서리마다 칼날로 깎은 듯 각을 만들어야 했다.
내무반에 들어서면 숨 막힐 듯이 정리된 모습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효과를 주어 정신 상태를 바르게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제대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트러진다.
군대 시절에는 심성이 고운 게 아니라 정신 상태의 각을 지게 만들어 전쟁에 대비한 긴장상태를 유지한 것뿐이다.
남자가 진정으로 심성이 고와지는 때는 바로 지금이다.
아내의 핀잔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생활 방식을 아내에게 맞추는 때,
퇴직 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화합이 최고조로 달하는 때다.
이때는 함께한 시간이 거의 40년을 넘을 때라서 눈빛만 봐도 심리상태를 짐작하고 충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남자로서는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잘 따르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남자의 비애라고 할 수 있으나 별수가 없다.
일터로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다.
해주는 밥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밤을 맞이하여 일찍 자는 일상이 계속된다.
심성은 본디부터 타고난 성품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 뜻은 바른 마음가짐이다.
아내는 남편을 가르치려는 것은 아니고 힘든 살림을 함께 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자는 뜻으로 그런 말을 한다.
그러나 어렵다.
빨래를 개는 게 훨씬 편하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는 게 쉬운 일인가. 일상에서
가볍게 일어나는 일을 재미와 위트를 섞어 작품으로 승화한 시인의 심성은 성자에 버금간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