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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 개조’ 수준의 저출생 총력 대응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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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 개조’ 수준의 저출생 총력 대응 펼쳐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6.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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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그간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저출생 대응을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과제로 추진해 올해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6명대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작금의 추세를 반전시켜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한민국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다”라고 밝히고 범국가적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비장한 각오를 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획기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된 것은 없어 보여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가 커 보인다. 대통령의 비장한 각오에 걸맞지 않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대책들은 여전히 백화점식 재탕·삼탕 나열이어서, 과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의 정책을 내놨다. 핵심 분야별 정책의 주요 내용에는 단기 육아휴직 도입, 육아휴직급여 증액, 아빠 출산휴가 기간 연장, 0∼5세 단계적 무상교육·보육 실현, 출산 가구 주택 공급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육아휴직 급여가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오르고, 1년에 2주까지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다. 주택 특별공급에 당첨됐더라도 아이를 낳는 가구에는 집을 넓힐 수 있도록 한 번 더 특공 기회를 준다. 또 저출생과 직접 관련된 예산의 87%가 양육에 집중된 것을 점차 일·가정 양립 쪽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0.72명으로 급락했던 합계 출산율은 올해는 0.6명대로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년간 무려 3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그만큼 저출산 정책이 비효율적이고 체감도가 낮았다고 읽혀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은 그간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일·가정 양립과 주거지원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는 절박함이나 위기감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서 내용을 좀 더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 친화적 정책’이 되려면 사교육 문제, 일자리 불안은 물론 비혼 출산 대책까지 다뤄져야 했다. 비혼 인구는 크게 늘어만 가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선 비혼자는 시험관 시술조차 받을 수 없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 등이 향후 반드시 이어져야 할 과제다. 특정한 인구 수준을 절대적인 목표로만 설정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인구 상황에서 어떤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정책과제도 함께 고민 해야만 한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이나,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은 그동안 수차 발표됐던 내용일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에 안정적으로 가입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만 혜택이 늘어난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플랫폼 근로자는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설명대로 효과가 입증된 정책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사각지대부터 지원해 그 수혜 대상을 넓혀야 함에도 기존 수혜자의 혜택만 확대한 것에 그치고 있다. 또 혼인 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 부부 중심의 주거지원은 주거 안정이 절실한 청년층이 아예 배제될 우려가 크다. 급기야 청년들은 삶의 선택지에서 출산을 아예 지워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근본적으로 저출생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장시간 노동, 경쟁사회에 대한 피로감, 출산한 여성에 대한 경력단절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근시안적으로 출산율 지표 반등에만 급급할 일이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미래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출산의 가장 큰 장벽인 일·가정 양립이 현장의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휴가 기간을 늘리고 휴가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은 출산 결심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실제 일선 현장에선 출산과 육아휴가로 인한 공백을 인력 보충 없이 동료들이 나눠 분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휴가 사각지대도 여전히 넓다. 선진국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은 좀처럼 줄지 않고, 가정에선 여전히 남성의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은 세계 꼴찌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대비 남성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은 23%에 그친다. 이런 현실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 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경쟁을 완화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여러 분야에서 수도권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지만, 수도권 도시들의 출산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통계를 통해 입증됐다. 출생률을 높이는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수도권 편중 완화와 비혼 출산 확대 정책이라는 한국은행의 정책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 한다.

지난 5월 27일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인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최근 20년간(2003∼2023년)의 가계동향 조사를 이용해 25∼44세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과 경제활동 상태 등 요인과 출산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맞벌이 가구의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非) 맞벌이 가구 1.46명보다 적었다. 특히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서 비(非) 맞벌이 가구 1.75명과 맞벌이 가구 1.43명 간 자녀 수 차이가 0.32명으로 가장 컸다. 반대로 소득 하위 40% 이하인 1∼2분위에서는 맞벌이 가구의 자녀가 소폭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5월 21일 한국과 일본을 조사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승진 지연, 가사 분담 문제를 겪는 현실에 만혼(晩婚)과 늦은 출산이 흔해졌고 결과적으로 두 국가의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 보이지 않는 데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다. 예산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 위기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하거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입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건전재정과 감세 기조가 지속되는 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터라 내년 예산 확보부터 안갯속이다. 게다가 지난해 저출생 대응에 투입된 예산 47조 원 중 23조 5,000억 원은 문제 해결에 직접 관련이 없었다고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적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예산 쓰임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변수를 추출한 결과 도시 인구 집중 완화, 혼외 출산 인정, 청년 고용률 상승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같이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일·가정 양립과 주거지원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 개조’ 수준의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되면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과 고령사회, 이민정책을 포함한 인구에 관한 사령탑을 맡게 된다. 기존 정책을 원점부터 재평가하고 국내외 성공·실패 사례까지 촘촘하게 조사하고 면밀하게 분석해서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 3대 분야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국가 존립이 달린 저출생 대책은 여야가 따로 없다. 부처 신설과 신혼부부 주거 공급 등 정책적 공통분모는 초당적으로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이 요란한 구호로만 그쳐선 안 된다.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지금은 저출생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할 때다. 당연히‘국가 개조’ 수준의 저출생 대책에 총력 대응을 펼쳐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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