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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도라지에 담긴 안타까운 전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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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도라지에 담긴 안타까운 전설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7.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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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도라지는 애달픔과 화사함이 어우러진 보라꽃과 청초하면서도 해맑은 흰 꽃이 있다. 별 모양으로 피어난다. 이러한 도라지꽃에 담긴 애달픔에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신라시대 이야기이다. 도라지라는 여인이 있었다. 사랑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중국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혼을 했다. 여자가 생겼다는 소문만 들려왔다. 하지만 도라지는 남자의 약속을 믿었고 매일 남자가 떠났던 바닷가에 나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렸다. 도라지는 백발이 다되어 죽는 날까지 바닷가에서 돌아오지 않을 사랑을 기다리다가 끝내 숨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도라지를 해변가에 묻어 주었다고 한다. ​이듬해 무덤에서 보라색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도라지의 넋이 꽃이 되었다며 그 꽃을 도라지꽃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박영준의 한국전설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원도 화천군. 아득한 옛날에 도라지라고 부르는 예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도라지 처녀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났다. 도라지의 나이가 16세가 되던 무렵이었다. 어느 날 도라지는 마을 뒷산으로 나물을 캐러 올라갔다. 산에서 한 총각을 만났다. 총각은 산비탈에 오두막집을 짓고 약초를 캐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몸이었다. 

도라지는 총각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까지 가슴속에 그려오던 님이 바로 그 총각인 성싶었다. 그러나 도라지는 총각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산을 내려 왔다. 헌칠한 용모에 비록 남루한 옷을 걸치었어도 남아의 기상이 철철 넘치는 총각이었다. 도라지 처녀의 가슴에는 사모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로부터 도라지의 눈에는 그 총각의 자태가 자나깨나 아른거렸다.

도라지는 마침내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괴로움이 더했으며 몸골도 수척해져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도라지는 혼자 끙끙 앓으며 애타게 총각을 그리워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도라지 처녀의 부모는 매파를 놓아 박 서방댁과 사돈을 맺기로 했다. 도라지의 괴로움을 모르는 그녀의 부모는 좋은 사윗감이 생겨 흐뭇해했다. 

이윽고 박 서방의 아들과 도라지의 정혼이 맺어졌다. 혼인날이 점점 가까울수록 도라지의 마음은 더욱더 아파왔다. 도라지는 뒷산에 사는 총각 외에는 그 어느 총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침내 도라지는 몸져눕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는 사방에서 갖가지 약을 구해다가 먹였으나 도라지의 병은 차도는 없고 점점 더 위중해갔다.

그녀의 부모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무슨 병인지 병명이라도 알았으면 좀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밤을 새워가며 그녀의 부모는 간호를 했지만 도라지의 병은 회복될 조짐이 전혀 없었다. 모레면 혼인날이다. 바로 그날 밤, 도라지는 힘없는 눈을 뜨고 한숨을 내쉬면서 “아버님, 어머님 먼저 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제가 죽거들랑 부디 저 뒷산 길가에 묻어 주시어요”라고 말을 하고는 떠났다. 도라지의 부모는 슬피 울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딸의 몸을 자꾸 흔들었다.

도라지의 부모는 그녀의 유언대로 뒷산 길가에 고이 묻어 주었다. 그러자 그해 가을 도라지의 무덤에서는 보라빛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꽃이었다. 그 이름 모를 보라빛 꽃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그녀의 무덤에서 피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라지 무덤에 솟아 나는 꽃이라 하여 그 꽃을 도라지라고 불렀다.

이렇듯 도라지에 얽힌 이야기에는 도라지라는 여인이 있다. 총각을 몰래 짝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 도라지의 넋이 꽃이 되어 무덤에서 나왔기에 도라지꽃이라 전해온다. 도라지꽃말은 영원한 사랑, 영원한 존경이라고 한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도라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처럼 할말 다하고 사는 사람들이 보면 전설의 주인공들이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중국에 가서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총각에게 가서 한마디라도 해봤으면 한으로 안 남았을 것을. 그래도 두 주인공의 사연에 맘이 가는 것은 살다 보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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