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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오랜 역사만큼 맛있는 대왕님표 여주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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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오랜 역사만큼 맛있는 대왕님표 여주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9.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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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여주하면 쌀, 쌀 하면 여주를 떠올릴 만큼 여주는 뭐니 뭐니해도 쌀의 고장이다. 2006년 전국 최초로 국가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될 정도다. 

여주가 쌀의 고장이 된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의 토탄층에서 약 3,000년 전 탄화미(炭化米)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남한강 유역을 따라 벼를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볍씨 발견 위치로부터 약 120m 산 정상부 경사면 주변으로 20기의 주거지가 분포하고 있고 화덕과 저장구덩이, 기둥구멍, 출입구에서 쌀, 보리, 조, 수수 등의 탄화 곡물이 발견됐다. 

여주쌀의 명성은 역사의 기록 속에도 발견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李翊)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남한강 유역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쌀이었으며, 여주의 조생종 벼는 일찍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지역 농민들이 많은 이익을 봤다고 쓰여 있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는 여주를 들이 평평하고 산은 멀게 보이는 곳이라 표현하며, 익히 쌀이 많이 나는 지역임을 서술했다. 영조 26년 토지대장에서는 내수사(內需司)에서 직영해 벼를 재배했다는 기록과 헌종 13년, 철종 5년 등 왕실에서 벼를 재배했다는 다수의 문헌을 통해 여주지역이 ‘왕실진상답(王室進上畓)’의 산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이른바 ‘진상미’는 여주지역의 토종 품종이다. ‘자채(紫彩)쌀’이라는 명칭으로 더 알려진 이 품종은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로 밥알이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고 찹쌀처럼 차지고 부드러워 밥맛이 매우 좋다. 

여주쌀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는 높은 산이 적어 일조량이 많고 풍수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또 가을철에는 일교차가 커 벼가 잘 여물기 때문에 고품질의 쌀이 생산된다. 타고난 토질의 역할도 있다. 여주시의 토양은 규산과 유기물의 함량이 높은 사양토이기 때문에 벼의 생육기 내내 충분한 양분을 공급할 수 있어 뛰어난 미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한강의 깨끗하고 풍부한 수원이 전천후 벼농사를 가능케 한다.

여주는 자채쌀의 맛을 구현한 신품종 ‘진상’을 개발해 맛으로 경쟁하고 있다. 진상벼는 중조생종으로 밥의 윤기가 좋고 미질이 우수해 밥쌀용으로 인기가 높은 품종이다. 밥을 짓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밥맛이 좋아 김밥이나 초밥용으로 적합하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11.9%로 낮아 밥이 찰지다. 특별히 진상벼는 여주시와 개발자가 전용실시권을 보장받고 있어 여주시에서만 재배될 수 있는 품종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여주쌀이 더 맛있어졌다. 여주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들이 출시되면서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를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여주쌀로 만든 즉석밥을 출시하면서 이제는 2분이면 따끈한 여주쌀로 지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2019년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여주쌀을 주재료로 한 동절기 겨냥 원컵상품으로 ‘여주쌀라떼’, 아이스바인 ‘여주쌀찹쌀떡바’ 등을 출시해 쌀의 MD시장 진출이라는 색다른 판로를 개척했다. 2021년 요리연구가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와 농협이 여주쌀을 활용한 볶음밥 세트 판매에 나서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여주쌀은 2023년 12월 일본 니가타현 진남정에서 연린 ‘제25회 米·식미분석 감정 콩쿠르 국제대회’에 출전해 5,092개의 출품작 가운데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쌀 콩쿠르로 덕분에 여주 쌀은 미국, 캐나다, 홍콩 등지로 수출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은 80kg당 17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19만6,000원)보다 10.3% 하락해 본격적인 쌀 수확기를 맞아 농업인의 시름이 깊어 지고 있다. 쌀값의 하락은 국가 위기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에 하나로 고급화 전략을 생각해봤다. 가격경쟁력을 얻으려고 계속 가격을 낮추다 것보다는 품질을 높여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는 것이다. 아무나 얻을 수 없다는 심리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여주 쌀이야말로 이런 고급화 전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쌀이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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