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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자질·책임과 윤리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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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자질·책임과 윤리가 필요한 이유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9.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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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정치가에게는 세 개의 자질이 필요하다.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이 그것이다. 열정은 ‘비창조적 흥분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주관이 아닌 객관적인 확신을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으며, 때에 따라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인에게는 책임감이라는 또 다른 덕목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이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속강연의 강연록을 묶어 편집한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을 갖춘 인간 유형이 비로소 정치인으로서의 개성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인에게는 새로운 윤리가 요구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열정을 가진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야 하는 ‘신념윤리’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신념윤리’만으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는 ‘책임윤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위가 낳은 결과에 대한 인식, 그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조치하는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질과 책임감, 윤리의식은 정치인의 필수 덕목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1919년 뮌헨 대학에서 한 이 같은 내용의 강연록은 정치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심오한 교훈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요즘 우리 정치가 뜬금없는 설(設)과 막말이 판치며, 저질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인 지난 2일 ‘개원식’이 열렸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앞 계단에서 손을 맞잡고 협치를 외쳤다.

하지만 지각 개원식 직후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막말로 충돌했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토지혁명·빵혁명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혁명·경제혁명·복지혁명·평화혁명과 유사한 궤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이 강 의원 앞에서 “또라이구먼 저거”라며 인사청문회는 파행했다.

5일에도 여야의 극한 대치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야당의 주도로 안건·결산안 등이 통과됐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상정에 따른 여야 갈등은 지속됐다.

며칠 전 열린 개원식에서 손을 맞잡고 외친 ‘협치’의 의지는 애초부터 없어 보인다.

개원식에 이어 4, 5일 열린 양당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서로를 향한 야유와 비난, 고성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0여 분간 대부분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독도 방어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도 방치한다. 독도 조형물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일본에 대한 짝사랑 굴종 외교의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친일몰이’를 이어갔다.

또, “우리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주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보며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국회라도 나서서 국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지만 국민의힘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일부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며 퇴장했다.

이어 5일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에도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여당 의원들의 맞고함이 뒤엉켜 국회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추 원내대표가 연설 도중 “지금의 정치 퇴행과 극한 대립의 궁극적인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다. 이 대표께 요청드린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 주시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검사독재”, “김건희 수사나 하라”, “연설 수준이 뭐 이러냐”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소란이 계속되자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큰 목소리로 “적당히 해라, 적당히 해”라며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객이 많이 보고 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오늘은 경청해주면 좋겠다”며 양쪽을 향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대전 가장초등학교, 강원도 인제 기린중학교 학생들은 방청석에 앉아 최소한의 품격도 찾기 어려운 민의의 전당의 쑥스러운 민낯을 여과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플라톤은 당시 이상적인 통치 체제로 민주주의가 아닌 완벽한 엘리트가 정치하는 ‘철인통치’를 주장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자기의 스승 소크라테스와 함께 소피스트들의 현란한 수사에 현혹당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정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 정쟁을 위한 정치는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다. 민생 국회는 여야가 따로 없다. 자질과 책임과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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