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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림자와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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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림자와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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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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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시인·수필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세상에서 잘나간다는 사람들의 추락을 가끔씩 보면서 ‘아, 저 사람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몇 해 전 어느 유명 아나운서의 지하철 도촬로 온라인상에서 뜨거웠다. 남들이 다 고대하는 사회적 성공과 명망을 양손에 쥔 사람의 추락이라 더욱더 사회적 파장이 큰 듯하다. 

인간의 내면에는 모두 그림자를 갖고 있으며 그림자는 자아, 곧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말한다. 이 그림자는 자신의 일부이지만 스스로 거부하고 억압해 온 내면의 세계이고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존재하는 한 영원토록 싸워야 될 숙제일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다양한 배역으로 무대에 선 배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교수, 어떤 사람은 공무원, 어떤 사람은 사업가, 어떤 사람은 의사, 어떤 사람은 노동자, 어떤 사람은 자영업자, 어떤 사람은 판사, 어떤 사람은 검사, 어떤 사람은 음악가, 어떤 사람은 변호사로서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가면을 철저히 쓰고, 그 가면 아래에 있는 그림자를 억압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의 발단으로 우리가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우리의 민낯이 철저하게 만천하에 드러날 때 우리는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은 잊고 다른 사람의 민낯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아우성을 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의 가면 뒤에 숨어 민낯이 드러난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내 속에 감추어 두었던 어두운 그림자인 민낯에 대해서는 왜 함구하고 있는지.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서 먼저 자아성찰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일까. 남들의 눈에 비춰진 나 말고 진정 자신이 바라보는 나 자신을 조용히 묵상해 보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나의 민낯은, 나의 그림자는 과연 저들보다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다 보면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라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인내하고 도전하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현재의 위치까지 왔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인간에게 풍족함이 축복일까. 아니면 부족함이 축복일까. 

에디슨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저능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퇴학당했으나 혁혁한 발명의 왕으로 큰 업적을 남겼고, 처칠은 팔삭둥이에 저능아에 말더듬이로 가문의 수치였으나 역사상 위대한 정치가가 되었고,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으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률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었다. 그들이 풍족함에 처했다면 결코 실현할 수 없었을 결과물의 정답은 바로 부족함에 있었다. 

지금 그대의 삶에 부족함이 있는가. 있다면 기뻐하라. 시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더라도 그것은 또 하나의 전진이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조금도 잃지 않는다고 말한 에디슨을 기억하라.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라는 격언이 탈무드에 있다. 가난하기에 정녕 그대의 영혼은 유리알처럼 처절히 깨어나서 시베리아 같은 벌판에서 홀로 우뚝 설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전 세계 부의 중심축인 유대인은 부족함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오늘의 성공을 일구어 냈다. 만약 부족함이 없는 풍족함에만 있었다면 우리는 한없이 게으르고 현실에만 안주하려 들 것이며 세월이 흐를수록 퇴보하고 말 것이다. 

온갖 과일들이 풍부한 열대우림지역이 가장 가난한 이유는 도처에 널린 풍족함 때문인 것이다. 힘이 든다면 전진하고 있다는 뜻이고, 어렵다면 성공에 다가서고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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