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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전국이 역대급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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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전국이 역대급 폭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8.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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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장마와 집중호우에 따른 참사피해, 이어진 폭염으로 금년 여름은 유난히 힘들었던 시간이었다.서서히 익어 가는 과일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삶의 진리를 생각해본다. 좋은 결과와 변화를 위해서 고비를 견디어 내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 추수의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일 것이다.고난이 없는 것에는 알맹이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폭풍 같은 시련과 가뭄 같은 고통이 있어야 껍데기 속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이라는 뜻이다. 대추 한 알의 열매를 맺기 까지는 태풍과 천둥, 벼락을 맞는 과정을 겪고 무서리와 땡볕 등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역경과 시련을 견디는 성숙의 과정을 거친 것이어서 한 알 한 알 위대하다. 우리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목표를 향한 피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고 역경과 시련, 좌절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다.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니 정말이지 선선하긴 하다. 이즈음 시골에는 초가을 볕에 붉은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한창이겠다. 고추를 말려서 고춧가루를 내고, 정월이면 찹쌀을 개어 넣고 고추장도 담가 먹는다. 고추장 한 숟가락이면 노적 같은 백미 한 그릇도 싹 비울 수 있다. 불현듯 새빨간 고추장이 당기는 새파란 가을이다. 처서. 이후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 하여 우리 속담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올여름엔 ‘처서의 마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지만, 그래도 가을은 올 것이다. 무성한 초록 잎들 다 떨어져 넝쿨의 시간은 가고, 볼품없는 잔가지의 시간이 온다 해도 지난 수년간 그래 왔듯 나는 넝쿨을 애써 베어내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귀차니즘’ 때문인데, 올여름엔 한 가지 이유를 더 찾았다. 애써 베어내지만 않으면 애써 가꾸지 않아도 자라나는 틈새라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비단 내 집 앞뿐일까. 여름은 벌어진 틈을 채우는 계절. 쪼개진 아스팔트 도로 틈에 자리한 조금의 흙 속에서도 싹이 튼다. 틈새에도 삶이 피어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여름이었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한낮에는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뜩이나 무더위에 지친 일상도 버거운데 대서(大暑)와 입추를 지났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고 열대야(Tropical Night)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열대야는 1966년 일본의 쿠라시마 이츠시가 ‘일본의 기후’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여름밤 의미하지만 원래 기상청 용어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1975년 신조어로 소개됐으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동남아시아의 몬순 기후를 바꾸어놓을 정도의 가뭄으로 무더웠던 1994년 폭염 때 부터였다. 이러한 이상기후 변화의 기후재앙이 가속화 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장마가 없어지고 동남아보다 오히려 여름 기온이 높으며, 특히 밤이나 새벽에 강한 비가 내리는 스콜(Squall)과 게릴라성 호우로 아열대성 기후대로 진입 한 듯하다. 

우리가 지구온난화를 간과하는 사이 이미 지구열대화가 시작돼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생활환경까지도 기후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그러나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내려온 일년 사계절의 24절기 또한 아직도 자연의 흐름이나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는 유효한 서사적 아카이브의 징표가 되고 있다. 태촌 고상안(1553~1623)이 ‘칠월이라 맹추 되어 입추 처서 절기로다/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야 속일소냐/ 비 끝도 가비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에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 한 농가월령가 7월령은 자연의 순리 앞에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늦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하더라도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순응하며 관조하려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새벽부터 요란하게 울어대는 그악한 소음공해의 주범인 매미의 울음소리조차 맑은 소리로 예찬한 것은 문(文), 청(淸), 염(廉), 검(儉), (信)의 오덕(五德) 때문일까요. 하찮은 미물까지도 생명을 존중하는 낭만가객이 되어 대전 도심 곳곳에는 보랏빛 맥문동 꽃이 향기로 피어나 바람 끝마다 벌써 가을이 되고 있다.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날을 지나 저리도 곱게 피었다. 그 억센 장맛비도 견디고, 불덩이 같던 땡볕도 견디더니 처서가 지나자 하나둘 꽃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각양각색으로 빛을 발하며 어우러진 모양새도 전혀 요란스럽거나 천박하지 않다. 처서. 이후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 하여 우리 속담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올여름엔 ‘처서의 마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지만, 그래도 가을은 올 것이다. 무성한 초록 잎들 다 떨어져 넝쿨의 시간은 가고, 볼품없는 잔가지의 시간이 온다 해도 지난 수년간 그래 왔듯 나는 넝쿨을 애써 베어내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귀차니즘’ 때문인데, 올여름엔 한 가지 이유를 더 찾았다. 애써 베어내지만 않으면 애써 가꾸지 않아도 자라나는 틈새라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비단 내 집 앞뿐일까. 여름은 벌어진 틈을 채우는 계절. 쪼개진 아스팔트 도로 틈에 자리한 조금의 흙 속에서도 싹이 튼다. 유난히 무덥고 비도 많이 내린 올 여름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아직까지 한낮에 쏟아지는 햇빛은 강하지만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서 수런수런 번져가는 가을의 기운을 시나브로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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