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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쉰다’는 청년 44.3만 명 역대 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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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쉰다’는 청년 44.3만 명 역대 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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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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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지난달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라는 청년(15~29세)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대한민국 청년의 고용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송두리째 일거에 알려주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탕핑(躺平)족’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층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중국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일본의 사토리 세대나 세상이 망하길 바라는 미국의 ‘두머(Doomer │ 파멸론자)’ 세대처럼 그냥 드러누워 버린 중국의 탕핑족은 중국판 ‘니트(NEET │ 일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족’으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현실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통계청이 지난 8월 14일 발표한‘2024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라는 니트족인 청년(15~29세)이 지난달 44만 3,000명을 기록했다. 7월 기준으로 ‘그냥 쉰 청년’ 규모는 2013∼2017년에 20만 명대였으나 2018년 30만 명을 넘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 44만 1,000명까지 급증했다가 2021년 39만 9,000명, 2022년 36만 1,000명으로 30만 명대로 내려갔다. 올해에는 44만 3,000명으로 지난해 7월 40만 2,000명보다 4만 2,000명(10.4%)이 늘어나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라고 한다.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그냥 쉰 청년’의 비중(5.4%)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냥 쉬었다’란 의미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인 경우를 뜻한다. 

2024년 7월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4,55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 명(0.4%) 증가하였는데, 경제활동인구는 2,959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2,000명(0.3%) 증가하였으나, 비경제활동인구는 1,599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 9,000명(0.6%) 증가하였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인구는 251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226만 8,000명보다 24만 3,000명(10.7%)이 증가했고 이 중 60세이상(110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11만 4,000명, 11.5%↑), 20대(44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 2,000명, 11.1%↑), 30대(28만 8,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 8,000명, 10.5%↑) 50대(39만 4,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 1,000명, 8.5%↑) 등에서 증가하였다.

이들 ‘쉬었음’ 청년의 연령대를 30대(28만 8,000명)까지 확장하면 20∼30대의 ‘그냥 쉰 청년’ 규모는 73만 1,000명에 달한다. 수출 부진으로 위축됐던 제조업 고용이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다시 늘어나지 못한 데다 내수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올해 7월 기준 실업률은 2.5%, 청년 실업률은 5.5% 정도다. 그러나 청년층이 체감하는 실제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일자리를 안 찾고 ‘그냥 쉰 청년’들은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더욱더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건 늘어난 숫자보다 ‘일할 의사가 없다’라는 대목이다. 그냥 쉰 청년 44만 3,000명 중 33만 5,000명(75.6%)은 “일할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일할 생각이 있어도 경제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여 심각성을 더한다. 일하기를 원한다는 나머지 청년들에게 구직 활동을 안 한 이유를 물었더니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42.9%) 그냥 쉬었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없거나(18.7%),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13.4%)해서 쉰 경우보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 부족이 문제였다. 20~30대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하고 고용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집약체나 다름없다. 청년층의 학력 수준은 높아만 가고 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일자리 양극화는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주저하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세전)은 대기업 591만 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은 286만 원에 그쳤다. 무려 2.0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뚫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렵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기존 기업은 경력직 위주 채용을 선호하면서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만큼 어려운 관문이기 때문이다. 중소·지방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젊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으로 인해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첨단 제조 업체들은 경력직 채용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갈수록 해외 생산 기지를 늘리고 있다.

또한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와중에 청년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올해부터 11년간 순차적으로 60세 법정 정년에 도달하는 ‘2차 베이비붐(Baby boom) 세대(1964~1974년생)’가 현업을 떠나면서 거대한 은퇴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이들 은퇴는 당연히 생산가능인구를 더 빠르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경제 개발을 가속화 하던 시기에 태어난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붐 세대’ 또는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르는데 이는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추계인구 5,134만 명의 18.6%인 954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1일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제2024-17호)’보고서에 의하면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2024~34년 기간 중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활력 제고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서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기업 일자리 증가율이 올 6월 전년 대비 0.2%에 그친 데 이어 7월에도 0.7%에 불과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6월 5일 발표한 ‘88개 그룹 대상 2022~2023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자산 5조 원 이상 88개 대기업 집단(그룹)의 지난해 전체 직원 수가 전년 대비 5만 5,000명 이상 늘면서 3.1%의 고용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그냥 쉬는’ 청년(15~29세)이 2022년 36만 1,000명으로 30만 명대로 내려갔을 때와 2022년 40만 2,000명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그때보다 4만 2,000명(11.1%↑) 늘어났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 여건을 개선하려면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전체 취업자 중 90%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소기업들의 근로 여건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임금과 처우·미래 가능성 등에서 청년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곧바로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청년층의 능력과 잠재력이 사장되고, 노동 인력 활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작금의 상황에서 한창 활기차게 일할 청년들이 구직 의욕마저 잃게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연애와 결혼·출산 등을 포기하고, 이들의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 및 그로 인한 내수 위축까지 경제와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옭아매어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는 ‘청년 고독사’도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서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야기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는 방관(傍觀)·방치(放置)·방기(放棄)하지 말고 서둘러 고쳐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개혁과 산업구조 재편은 필수다.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이 실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효율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지원해야 한다. 청년 고용이야말로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자 추동력이기 때문이다. 노사정이 ‘원팀’으로 하나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총력전을 펼쳐야만 한다. 일자리정책을 전면 재점검해서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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