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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진실과 신뢰의 가치, 그들에게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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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진실과 신뢰의 가치, 그들에게는 허상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9.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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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중국 초(楚)나라 사람 계포(季布)는 젊었을 때부터 의협심(義俠心)이 강해 한번 ‘좋다’고 약속한 이상에는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이런 계포가 한(漢)나라 유방(劉邦)과 초(楚)나라 항우(項羽)가 천하를 놓고 자웅(雌雄)을 겨룰 때 항우의 장수로 출전해 몇 차례 유방을 괴롭혔다.

하지만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되자 그는 계포의 목에 천금의 현상금을 붙였고, 계포는 결국 쫓기는 몸이 됐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를 고발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한고조(漢高祖)가 된 유방에 유능한 인재로 천거(薦擧)하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계포는 덕을 베푼 한고조에 의해 사면(赦免)과 동시에 낭중이라는 벼슬을 얻었고, 다음의 황제 혜제(惠帝) 때에는 중랑장이란 벼슬까지 올랐다.

그는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도 언제나 반드시 의로운 일에 힘써 모든 사람들에게 신임과 존경을 받았다.

그 후 계포는 아첨꾼으로 이름이 난 조구(曹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구는 권세(權勢)와 금전욕(金錢欲)이 강했고, 당시 황제의 외삼촌으로 최고 권력자인 두장군(竇長君)의 집에도 연신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계포는 두장군에게 편지를 통해 조구는 아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교제를 끊을 것을 충고했다.

그때 조구는 외삼촌인 두장군에게 계포를 만나고 싶다며 소개장을 써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두장군은 계포가 보낸 편지를 조구에게 보이며, “계포는 자네를 싫어하니 가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구는 억지로 소개장을 받아 쥐고, 계포를 찾아 정중하게 인사했다.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백 근보다 계포의 한 번 승낙이 더욱 값지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명성을 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라며 계포를 칭찬했다.

이때부터 계포는 조구생을 극진히 대접했고, 계포의 명성은 날로 높아만 갔다고 한다.

‘계포일낙(季布一諾)’은 약속은 앞으로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해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을 의미한다.

여야는 지난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 표결에 부쳤으나 여당 몫 위원 선출안이 부결되면서 국회 본회의가 정회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본회의 첫 안건으로 민주당 추천 인사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인권위 위원 선출안을 표결에 부쳐진 가운데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이어진 국민의힘 추천 인사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위원 선출안은 재석 298명에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여야가 협의를 거쳐 선출안을 올리면 그대로 통과되는 게 관례였으나 이것이 깨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원내지도부 간 사전 협의를 통해 각각 여야 추천 몫 인사를 1명씩 선출하기로 했는데, 이런 원칙적 합의를 민주당이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저는 (민주당과)지난 이틀에 걸쳐 본회의에 대해 의사일정을 상세하게 협의했고, 인권위 한석훈 후보자와 이숙진 후보자에 대해서 양당이 공히 합의해 선출하는 것으로 했다. 여야 합의는 도대체 왜 필요한가. 이런 중요한 단 한 가지의 약속도 지킬 수 없는데 우리가 국회에서 공존할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또, 추경호 원내대표는 2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 간 대화 협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라며 “여야 간 약속 위반이자 민주당의 사기반칙 행위이며 의회정치를 파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약속 위반은 분명해 보인다.

고려말(高麗末) 조선초(朝鮮初) 문신(文臣) 권근(權近)이 자신의 셋째 아들 길천군(吉川君) 권규에게 준 사자명(四字銘) ‘공(公), 근(勤), 관(寬), 신(信)’에 대해 대해 공즉불사(公則不私) 근즉불태(勤則不怠) 관즉불가(寬則不苛) 신즉불망(信則不忘)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공정하면 사사롭지 않고, 근면하면 게으르지 않게 되며, 너그러우면 가혹함이 없게 되고, 미덥게 하면 허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이들은 올 안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촉구했다.

김민웅 상임대표는 “탄핵정국이 만들어진 것은 중요한 성과”라며 “오늘 국회에서 우리는 탄핵을 외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행사를 국회에서 열도록 주선했고, 여당은 반헌법적 행사에 야당 의원이 깊숙이 관여한 사건이라며 규탄 논평을 냈다.

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을 탄핵시키는 데 저희들도 여러분과 함께 연대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봄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송영훈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고 “촛불승리전환행동이라는 단체가 탄핵의 밤이라는 반헌법적 행사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헌정질서 파괴 행사에 장소 대관을 주선해 줬다”며 “국회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몰상식한 집단에 단 한 뼘의 공간도 내어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회의원회관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특히 국회의원들에게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혜택(惠澤)의 공간이기도 하다.

국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도록 제공한 공간이 그들만의 특권의 공간, 이념 갈등의 공간이 됐다. 국회는 관례와 상식, 신뢰와 상호 관용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진실과 신뢰의 가치는 그들에게 허상(虛像)인 듯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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