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민 수필가
길을 열다
곽규민
다림판에 기억을 올려놓는다
어머니는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이불 홑청에 거침없이
길을 만든다
메마른 논바닥에 여섯 줄기 물길을 연다
육 남매가 걸어가야 할 길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 다리미로
길을 밀 때
지지직,
물과 어머니 염원이 타는 소리
너희는 배곯지 마라
많이 배워 큰사람 되어
동네 어귀에 꽹과리 소리 울려라
아니, 아니다 아프지만 마라
세상살이 별거냐
아프지만 마라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두 아들 바지에 바로 선 주름
길 만든다
<‘제22회 혜산 박두진 전국 백일장’ 으뜸상 수상작>
[전국매일신문] 곽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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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다가 제 어머니도 현재 입원 중이시라 어머니 생각에 공감이 심해 되어 굳이 댓글을 남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