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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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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교훈을 준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10.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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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한다. 시대의 흐름을 미리 읽고 선제대응에 성공하지 못하면 금세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도태하기 마련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전략적 판단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던 미국 인텔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오판해 변화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됐다.1968년 설립된 인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세계 개인용컴퓨터(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악했던 회사로 메모리반도체인 D램을 최초로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반도체 시장의 역사를 쓰며 영원한 1위로 군림할 것 같았던 인텔은 잇단 전략적 실패로 스스로 영광을 좀먹기 시작했다.

기업 환경은 냉정하다. 현재 잘나간다고 안주하면 곧 위기에 직면한다. 반면 끝없이 추락하는 기업도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최고 경영자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반도체와 하늘왕국으로 각각 군림했던 미국의 인텔과 보잉이 최근 위기에 빠졌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40년 이상 PC 중앙처리장치(CPU) 하나로 먹고살았다. ‘전자제품에 인텔의 반도체가 들어가 있다(인텔 인사이드)’라는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모바일, AI 시대 흐름에 뒤처져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잉은 1996년 경쟁사 맥도널더글러스를 인수한 뒤 수익성 추구에만 몰두하고 품질 문제를 등한시해 잇따른 737맥스 추락사고로 신뢰를 잃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공장 일부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미루고 디젤엔진 기술에 매달리다가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도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세계 1위 기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 흐름은 계속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에 적절한 대응과 기술혁신, 미래사업 발굴, M&A 여부 등에 따라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미래시장 흐름을 읽는 깊은 통찰력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가진 CEO가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든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세계 D램 시장의 45%를 점유하며 30여년째 1위를 수성 중인 삼성전자도 최근 이 같은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에 실기해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기때문이다. 위기를 느낀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례적으로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뒤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AI 시장 경쟁 2라운드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한다는 목표이다. 물론 같은 한국 기업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하고 삼성전자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AI향 반도체 초기 시장 생태계를 한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해선 안된다. 미국 마이크론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반도체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고 중국 YMTC 등 후발주자들도 한국과 미국이 장악한 기존 메모리 시장 재편을 위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선 기업의 자체적인 혁신 노력 외에 정부의 지원 또한 중요하다.정부는 잇단 세제혜택 등을 통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바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보조금 지급에는 소극적이다. 미국·중국·EU(유럽연합)등 주요국이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주는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반도체기업이 또 다른 인텔과 도시바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후 뒤늦게 절치부심하기보단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가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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