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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하제’의 큰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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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하제’의 큰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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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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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우리 겨레에 미래는, 내일은 정녕 없는가?

말과 글의 여러 뜻으로 세상을 톺아보는 것, 사물의 본디를 궁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언어철학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학문의 장르(갈래)도 있다. 

주로 서양 사람들의 시각(視角)이고 생각이지만, 인류의 위대한 유산 한글(훈민정음)을 주요한 문자로 쓰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생활하고 공부하는 우리도 그들만큼 ‘언어철학’에 관해 생각할 점이 있다고 본다. 이런 사례도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왕년에 그럴듯했던 헐리우드 영화 중 하나인, ‘보니 앤드 클라이드’(1967년)라는 영화에 우리 영화사가 붙인 멋진 제목이다. 

워런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나와 뭇 청춘들을 설레게 했다. ‘내일없는’ 비극적 대공황시대를 살던 당시 미국 청춘들의 ‘이름’이었다. 나중에는 우리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있는가. 이 물음에 여러 함의(含意)를 떠올릴 수 있지만, 오늘의 주제는 생활언어학이다. 생각해보면 어, 왜 그렇지? 하는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이렇게 고쳐 볼 수도 있다.

이 글 시리즈의 제목 하제별곡의 ‘하제’과 관련한 얘기이기도 하다. 도대체 하제가 뭐요? 궁금해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2021년 4월, 전국매일신문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 연원(淵源)과 의도(意圖)를 설명했었다. 꽤 오래된 일이다. 

사전에도 없는데, 하며 최근 언어학자(言語學者) 한 분이 그 질문을 했다. 미뤄둔 대답을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했다. 이 글이 그 대답이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면, 큰일이다. 실제로 인류는 기후위기 전쟁 질병 등으로 그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 얘기는, 우리(겨레)에게 내일을 의미하는 우리말이 없다는 측면을 보자는 것이다. 둘 다 만만한 주제는 아니다.

‘어제’(과거) 다음날은 ‘오늘’(현재)이다. 오늘 다음날(미래)의 이름은 뭔가? 어제와 오늘처럼, 토속어(土俗語)라고도 하는 (순수한) 우리말로 그 날(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내일(來日)은 한자가 바탕인 한자어다. 물론 한자어도, 영어가 바탕인 ‘오픈’이나 ‘오케이’가 그렇듯, 한국어의 당당한 구성요소다. 

그러나 아쉽다. 또 우리말에 하필 내일 즉 미래를 가리키는 순종(純種) 낱말이 없는 것은 뭔가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허나, 지금 이를 너무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말자.

과거(過去)와 현재(現在)는 어제와 오늘로 대응되는데, 미래(未來)는 내일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의 스승 중 한 분인 문자학자 故 진태하 교수가 청년시절 고려시대의 우리말 연구에서 ‘하제’라는 ‘내일’을 찾아냈다. 

역사 얘기, 북송(北宋)의 외교관으로 고려에 파견됐던 손목(孫穆)이란 이가 쓴 일종의 (고려말) 사전인 ‘계림유사’가 그 튼실한 근거다. ‘하제별곡’의 그 하제다.

‘어제 오늘 하제’ 이렇게 내일 대신 하제로 바꿔 부르면 어감도 좋다. 우리말에 적극 살려 쓰면 좋으리. ‘하제가 뭐요?’하시는 분들에게 설명 해드리면 참 좋아 하신다. 이 글 읽는 분들도 기꺼워하시면 좋겠다. 우리의 벅찬 미래를 위한 뜻 담은 별곡(別曲)이 필자의 ‘하제별곡’이다. 

꽃 피면 화산(華山)이고 잎 피면 청산(靑山)일러라. 청산별곡처럼 하제별곡도 널리 퍼져, 하제라는 말이 내일 또 미래의 뜻으로 겨레 앞길을 비추는 등대의 이름이 되면 좋겠다. 

어려운 시대, 겨레의 하제를 설렌다. 바른 바탕에 서야 (언어)철학은 의미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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