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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귀감(龜鑑)과 명분(名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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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귀감(龜鑑)과 명분(名分)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6.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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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액트지오 시국’의 다반사, 거북이는 어딜 갔나?

귀감(龜鑑)이란 말 사전을 찾으니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고 한다. ‘신사임당은 한국 여성의 귀감이다.’라는 예문이 비슷한 말 ‘본보기’ ‘교훈’ 등과 함께 실려 있다. 

한자어는 그 말을 구성하는 (모든) 한자가 뜻이(된)다. ‘다반사’는 항다반사(恒茶飯事)의 준말로 ‘항시(恒時) 차(茶 다)나 밥(飯) 먹듯 늘 하는 일(事)’이란 뜻이다.

귀감이면 거북(龜)과 거울(鑑)의 합체(合體)다. 그런데 사전은, 항다반사와는 달리, 거북이에 대해서는 시치미 똑 떼며 거울 얘기만 한다. 왜 거북이가 왕따 신세? 물릴까봐 무서운가.

세상 살피면, 말이 유행을 타는 걸 본다. 요즘 유행어는 ‘귀감’이다. 증거요? 그 말을 검색해 보시길. 신문 방송, 인터넷 공간 등에 귀감이 천지로 널렸다. 귀감 많은, 좋은 세상인가.  

그 중에는 사임당처럼 ‘거울로 삼을만한 모범’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귀감’들도 쌔고 쌨다. 대충 좀 치켜세울만하다 싶으면 거침없이 ‘귀감이다.’라고 추어준다. 

귀감에는 명분(名分) 즉 이름(名)의 분수(分數)가 있다. 이름값이라고 하자. 제 분수는 지키는 것이 마땅하니, 이름값은 사람에게 중요하다. 일과 물건 곧 사물(事物)에 있어서도 한가지다.

‘귀’는 등과 배에 갑옷 같은 딱지(甲)를 쓴 거북(龜)이다. 그 딱지에 새긴 상형문자 갑골문은 문자(한자)의 바탕이다. 감(鑑)은, 좀 있어 보이게 진사경(鎭邪鏡) 즉 간사함을 (비춰내) 박살내는, 도교(道敎) 신선들의 거울쯤으로 풀어보자.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거울도 좋으리.

문자는 문명의 방법이자 나타남 즉 현시(顯示)이니, 그 뜻은 우리가 본 사전의 그 뜻과 가히 비교될만하다. 그 상징(성)을 온 우주의 마음(뜻)으로 읽는 것이 명상이고 공부다. 

龜鑑의 명분이다. ‘문명의 거울’ 역할 그 이름값을 염두(念頭)에 두고 생각하면 저 숱한 귀감들이 사임당처럼 제 값을 할까? 그 뜻 오그라들다보니 게나 고둥이나 다 귀감이구나.

귀감엔 명분이 있다. 명분 없으면 귀감 아니란 말이다. 아하, 귀감이 곧 명분이고녀. 

이 귀감은 어떤가. ‘포항바다에서 터졌다.’는 석유 맛보며 울었다고 했던가? 박정희 얘기다. 그의 명분은 ‘부국강병 이룰 원유생산국’이었다. 역사 속 그 ‘신화’는 잠시 사람들을 속였다.

다 안다. 하도 웃기는 유치함이어서 실소(失笑)하고 말았지만, 기록(역사)과 해석은 또렷하다. 대통령이 수 십 년 전의 그 얘기를 거의 그대로 되풀이한다. 그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은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으리라. 못 본 사람의 느낌은 다를까? 

교수님 등 ‘날고 긴다’는 (귀감될) 전문가들 TV에 나온다. ‘바다 속 이러저러하니 노다지 나올 수도 있다.’는 개연성(蓋然性) 원칙론에 적당량 맛소금 친 내용이다. 아니면 말고 느낌도 있다. 속마음은 ‘명분’을 생각하겠지? 설레발 원칙론인가, 그 학문과 경륜 초라해 보인다.

참 쉽다. 너무 간단하다. 말이 많은 건 참이 아닐 가능성과 통한다. 왜 이 때 문제점투성인 저 외국인 ‘전문가’가 석유가 나온다고 했을까. 국민이, 내가 낸 세금을 바다 속을 뚫는 데 쓰겠다는 것이니, 그 명분을 그 전문가들 그룹이 제시하면 된다. 

상식으로는, 아니다. 거북거울(귀감)은 상식과 시민의 총명을 가리는 저 전문적인 이론과 수치(數値)들의 국면을 대뜸 ‘명분 없다.’며 물어버리거나 동댕이칠 것 같다. 

금과옥조같은 귀감이라면, 돈 되는 일에 눈 벌건 세상 모든 세력(자본)들이 이미 몰려와 장사진을 치고 있겠다. 어디에? CNN BBC에도 나왔겠지? 기밀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어떻다고?

역사의 원리, 명분 없으면 역적(逆賊)이다. 치매든지. 둘 다 무시무시하다. 조선에게도 (살인의) 명분은 있다. ‘안 하는 게 옳겠다.’는 국민들의 마음, 다반사로 쓰는 귀감에 다시 물으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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