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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총선 민심은 역시 경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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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총선 민심은 역시 경제였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6.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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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찾느라 소위 “총선백서”를 작성해서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패배의 원인을 선거 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강행한 점이나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외압·은폐 의혹, 영부인 관련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부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적합한 선거 전략, 장기화된 의정 갈등 등에서 찾고자 하는 것 같다.거론된 모든 문제가 패배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이 이 모든 문제에 그토록 관심이 많아서 여당에 참패라는 결과를 안겼을까? 필자도 유권자 중 하나지만, 솔직히 누가 호주대사가 되는지,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기자들을 만나는지, 한 전 위원장의 선거 전략이 무엇인지 특별히 관심을 둔 적이 없다.

살기도 바쁜데 누가 이런데 그렇게 신경을 쓰겠는가? 다른 유권자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국민의힘은 참패했을까? 미국의 유명한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1992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주요 선거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는 클린턴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경제 성적을 집요하게 비판하게 주문했다. 결과는 클린턴의 승리였다. 경제 문제가 선거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례다. 필자도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민들이 최근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식료품과 외식 물가 상승을 생각해 보자. 최근 몇 년간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 외식 물가 상승률, 그리고 통상적인 소비자물가지수에 근거한 물가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선거 전 몇 달의 통상적 물가 상승률은 3% 내외로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물가가 잡혀가는 듯하다. 그러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10%를 훌쩍 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기간의 몇 달을 제외하곤 이렇게 높은 적이 최근 없었다. 외식비 상승률도 이보다는 아니지만, 통상적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국민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먹거리인데, 식료품 물가가 이 지경이었으니 어느 국민이 ‘정부가 잘했다’고 손뼉을 치면서 여당에 표를 주겠는가? 오히려 108석을 건진 여당이 선방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식료품 물가가 올랐나? 다른 나라도 그런가?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면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은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통상적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경향을 최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식료품 물가 상승은 한국의 고유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외식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국민 대표 외식 메뉴인 삼겹살 1인분이 지난달 평균 2만 83원(서울 기준)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200g의 외식 가격은 2017년 12월만 해도 1만 6000원 선이었으나 지난해 12월 1만 9000원을 넘은 데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2만원 선을 넘었다. 4인 가족이 공깃밥과 소주를 포함하면 10만원 이상 지출하게 돼 서민들은 삼겹살 외식 한 번 하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삼겹살뿐만이 아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 대상 외식 품목 30개 중 23개의 물가 상승률이 평균치를 웃돌았고, 물가가 내린 품목은 하나도 없었다. 떡볶이, 도시락, 김밥, 비빔밥, 칼국수, 김치찌개백반 등이 1년 전에 비해 평균 4.1~5.4% 올랐다. 서울의 이름 있는 냉면집들은 한 그릇에 1만 6000원을 받고 삼계탕도 2만원을 받는 곳이 있다. 이달 들어서도 초콜릿, 사이다, 콜라, 김 등 일반 식품들이 오르고 있고 인상 대기 중인 품목들도 줄줄이 늘어서 있다. 외식물가 상승은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상 요인을 넘어서는 과도한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2.7%)보다 높았다. 또한 지난 1분기(1~3월) 외식물가 상승률(3.8%)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1.4%)의 2.8배나 됐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상황이 36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앞서는 상황도 7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 지수도 2020년 100 기준으로 120.53을 기록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4월 108.87 대비 10.7% 올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비롯해 수시로 쏟아낸 대책들의 결과가 무색한 실정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취임 2주년 브리핑에서 ‘시급한 민생정책에 힘을 쏟았으나,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고금리, 고유가, 고물가 상황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책의 속도는 더뎠고, 체감도는 낮았다. 현실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노력했지만 체감하지 못했다가 아니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은 실패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야 가능하다. 

강력하지만 세심함이 빠져서는 안 된다. 외식물가의 지속적 상승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경제 참모들의 정책적 무능을 탓해야 한다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과감한 인선도 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5월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소비자물가상승률(2.7%)을 크게 앞질렀다. 외식물가는 소비자와 직장인들의 체감물가와 직결된다. 외식물가의 과도한 상승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조장하는 요인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물가와 임금 인상의 악순환을 유발해 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갈 위험이 다분하다. 정부와 물가 당국은 흔들림 없는 긴축 기조를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노력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지만, 민생은 여전히 고달프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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