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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모든 ‘화마(火魔)’는 ‘설마’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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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모든 ‘화마(火魔)’는 ‘설마’에서 온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6.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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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경기도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화재는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의의 재난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 관리와 화재 예방에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고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제조공장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 면에서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장 안전관리 소홀과 제도 미비 등이 겹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배터리 폭발은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자 지원 못지않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화재는 22시간 만에 진화됐다. 당시 공장에는 67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다.

특히 리튬전지 완제품이 대량으로 보관된 공간에서 발생한 불은 800~1000도에 달하는 고온과 다량의 유독가스를 동반해 조기 진화가 어려웠다. 소방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했음에도 대형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튬전지는 그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매우 어렵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이러한 리튬전지의 특성을 감안한 화재 예방과 진압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불이 난 공장의 리튬 배터리는 한번 사용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1차전지다.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 전기차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전지로, 1차전지보다 화재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등록 차량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1.32건)와 내연기관(1.48건)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힘들다. 배터리 소재 자체가 불이 잘 꺼지지 않는 특성이 있는 데다 단단하게 밀봉된 셀 내부에 탑재돼 있어 소화약제 등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는 화염이 수평으로 번져 주변에 옮겨붙기 쉽고,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해 꺼진 것처럼 보이던 불이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화재와 같은 금속화재가 대응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화재는 일반화재, 유류화재, 전기화재, 주방화재 등 네 가지로 규정돼 있다.

금속화재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다 보니 전용 소화약제나 소화기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미국화재예방협회 지침에 따라 화재를 진압한다. 우리나라에도 국립소방연구원이 제시한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가이드’가 있긴 하지만 진화 방식의 장단점을 나열하는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 진화 방법 등 대응 체계를 세심하게 정비해야 한다. 화성 아리셀 화재도 리튬에 잠재된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대비책 부족으로 인한 참사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호주 테슬라 에너지 저장장치에서 유사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전 경고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흘려 버렸다. 리튬 화재는 연소 확산을 저지하며 리튬이 산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마땅한 진화 방법이 없다.

일반인은 발화 초기 불을 끄려 시간 끌지 말고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하얀 석유’ 화재에 대처할 소방 시설 마련과 초기 대처 및 대피 교육이 시급하다.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으로 배터리 셀 하나가 폭발해 순식간에 3만5천개 연쇄폭발로 이어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라고 한다. 공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신속히 대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바로 옆 동에는 배터리 소재인 리튬 2톤과 많은 양의 유해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공장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하마터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고 피해자 지원은 물론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안전관리 여부 등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리튬 배터리는 휴대전화, 노트북PC, 전기차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이번 화재가 주는 충격이 더 크다. 화재가 난 공장의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번 사용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은 작다.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튬 전지를 떠올리면 된다. 상온에선 안전하지만 높은 온도와 압력, 수분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나 연쇄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전지에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폭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금속화재 위험성은 증가하고 있는데 현행 ‘소화기구 화재안전기준’에는 금속화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해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불을 끄려면 모래 등이 담긴 특수 소화장비가 필요한데, 표준 소화기도 없고 이런 시설을 설치할 의무 규정이 없는 셈이다. 리튬 전지 화재는 한번 열폭주가 일어나면 폭발과 유독가스 등으로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열폭주가 일어나기 전 15초의 골든타임을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리튬 배터리 화재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세종시 육군 보급창고에 보관돼 있던 리튬 배터리 폭발 화재는 수분 노출이 원인이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도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번졌다. 시작은 배터리 1개다. 무엇보다 소방법에 금속화재를 포함시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리튬의 특성상 한 곳에 많은 양을 쌓아두기보다 분리해서 보관하고 건물간 거리 확보도 필수다. 감지기와 특수 소화장비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안전도 문제다. 화재 당시 2층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재대로 대피하지 못한 것은, 화재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과 대피 연락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할 수 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은 그 자체로 ‘화약고’와 같다.

특히 리튬전지가 다량으로 보관된 경우, 화재 예방과 신속한 대피 및 진화 방안이 필수적이다. 공장의 소방시설이 최근 자체 점검을 통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화성 화재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안겨준다. 1999년에 일어난 ‘씨랜드 화재’다. 경기도 화성 한 수련 시설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유치원생 19명 등 총 23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모기향 아니면 누전으로 추정됐다. 콘크리트 위 여러 컨테이너를 얹은 구조라 피해가 컸다. 어린 생명들의 죽음에 사회 전체가 슬퍼했다.

필자는 이어 제천 화재 참사, 종로 여관 참사, 밀양 세종병원 참사… 하나만 해도 버거운 아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안타까운 목숨을 너무 많이 잃었다. 누군가는 부모를, 자식을, 또 배우자를 보냈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가족을 보냈다. 예고 없는 이별에 가슴이 미어진다. 떠난 이, 남은 이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뼈아픈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철저한 예방과 관리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각성해야 한다.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배터리 공장 전체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과 관리 상시화가 필요하다. 연이은 참사에 안타까워‘만’ 할 뿐...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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