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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미·일 정치권 의원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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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한·미·일 정치권 의원 데자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7.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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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사과하기 전까지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본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일단 (김 의원이) 사과부터 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본회에서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조 원내대변인은 “친일몰이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정신 나간 그 망언과 폭언이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 단독 강행을 예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거부하고, 파행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며 “참석 여부는 국민의힘 자유지만 국회 기차는 정시에 출발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다 국민의힘의 과거 논평을 문제 삼으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미·일 연합훈련과 관련,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곧장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본회의 사회를 보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과한 말씀”이라며 사과를 권유했지만, 김 의원은 거부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고, 주 부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반면, 김 의원은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에 대해 절대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조 원내대변인은 “실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 품격이 무너진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 (김 의원이) 국회 본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민주당은 전날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결 처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본회의가 멈춰서면서 이날 다시 특검법 처리에 나설 전망이다. 22대 국회가 개원 한 달 만에 뒤늦게 원 구성을 한 것도 모자라 등원해서도 극한 대결로만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으로 국회를 힘자랑 무대로 쓰고 있고,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면서 여의도에서 ‘정치’가 아예 사라진 듯하다.

협치와 민생은 실종된 채 여야 이전투구의 장이 되어가는 국회에 국민들 속만 타들어갈 것이다.국회는 3일 본회의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려 했으나 민주당 요구로 ‘채상병 특검법안’이 일방적으로 상정되면서 결국 파행됐다. 특검법안 상정을 반대해온 여당이 법안 상정 뒤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대정부질문이 무산됐다. 윤석열정부 3년차 경제 정책을 점검하고, 올 하반기 민생경제 회복 방안을 토론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새 국회가 시작되고서 계속 볼썽사나운 모습만 되풀이되는 건 민주당의 입법 독주 탓이 크다. 

윤석열정부를 압박하고,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게 지금 민주당의 지상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며칠 사이에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이 전 대표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잇따라 무리수를 둬 왔다. 민주당은 대다수 국민들이 해결을 바라는 민생 문제와는 동떨어진 이런 입법 독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민생경제 회복과 자영업 위기 대처, 첨단산업 지원 문제, 의·정 갈등 등 지금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170석이 넘는 ‘슈퍼 야당’이면 그런 민생 과제부터 해결하는 게 책무다. 그 정도 의석이면 여권에 먼저 양보하고, 협치의 손도 먼저 내밀어야 한다. 그런 큰 정치를 하지 않고 갈등을 키우는 정치, ‘방탄’의 정치에 매달리는 건 유권자를 배신하는 일이다. 국회는 사회 모든 분야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집약해 입법으로 수렴하는 대의 민주정치 최고의 기관이다. 깊은 공력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특히 말과 행동 하나하나로 정치의 제1차 기능은 언어에 있다. 데자뷰(deja vu), 우리말로는 기시감(旣視感). 프랑스 초심리학자 에밀 보아락이 처음 사용한 말로 1876년 프랑스 학술지에서 ‘가짜 친숙함’을 다루며 나온 표현이다.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기시감이 뇌의 측두엽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측두엽은 과거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 감정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최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민주당 의원이 일본과의 동맹을 거론하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발언하자 본회의장이 고성과 항의로 아수라장이 된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이 ‘학벌 배틀’ ‘이름 맞히기’ 등 신경전을 벌이자, 장내선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퇴장당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를 향해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요. 하하하” 따위의 발언이 이어진다. 4년 전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 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누가 뻔뻔한 새끼래”하고 내지른다. 거슬러 올라간 2017년, 피켓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민주당 의원이 라이브로 중계하자 “야 이 쓰레기” “꺼져” 등 발언이 쏟아진다.

21대 국회에서는 의사 과정을 보고 배우러 본회의장에 자리한 초등생 관람객이 있는 상황에서도 고성과 욕설, 야유와 박수 등이 이어졌다. 강한 기시감이 반복되면 우리는 다음에 일어날 일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데자뷰 연구자 크리스 뮬랭은 이 같은 예측이 기억 체계가 미래 전망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반복된 기시감은 미래 예측으로 이어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해준다. 뮬랭은 이것이 우리가 기억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우리가 요즘의 국회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치의 정도(正道)를 걷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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