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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83] 작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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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83] 작은 배려...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7.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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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김주대 시인(1965년생)
경북 상주 출신으로 198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 ‘페이스북’에 문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올리는 바람에 ‘문인화가’ 또는 ‘SNS 시인’이란 별명을 얻음.

<함께 읽기>‘살며-시 다가오는 이끌림’에 퍼뜩 손에 잡은 시... 짧은 시지만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쉬 이해되나 쉬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깊은 속을 지닌 시라 하겠다. 시인은 시에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노란 K마트 조끼를 입은 청년은 왜 빵을 먹다가 주차장 계단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채 잠’에 빠져 들었을까? 일단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사연을 유추해 본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피로해서, 분명한 건 끼니를 걸러 배가 고파 빵을 입에 넣었는데 다 먹지 못한 채 저절로 앉은잠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그때 청소하던 아주머니는 아들 같은 청년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지나간다. 아마도 이불이 있었으면 덮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게다. 여기서 '살며-시'란 시어에 주목하면, 아시다시피 '-' 표는 원래보다 더 늘이고 싶을 때 쓰는 부호다. 즉 '살며시'를 한 템포 길게 늘이면서 아주머니가 알바생 젊은이가 깨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의 늘임'이다.

"세 칸 계단에 묻어 있는 곤한 잠을 / 쓸지 않고 살며―시 지나갔다" 표현이 너무 참신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붙잡았다. 계단은 모두 세 칸인 모양인데 거기에 알바생의 곤한 잠이 묻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아르바이트 청년은 낮에는 마트에서, 밤에는 또 다른 곳에서 일을 했을 게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했으니 그냥 쓰러질 수밖에. 주차장 계단에 펼쳐진 그림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참 숭고하다. 아르바이트 청년과 청소부 아주머니. 둘의 소리 없는 마주침은 작은 배려의 마주침이다. 우리네 삶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거기에 작은 배려가 들어간다면 그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어두운 세상, 밝음보다 그늘이 많은 세상에 이런 아주머니 같은 배려의 손길이 많이 일어났음 좋겠다. 오늘 혹 마트에서 일하는 젊은이와 청소부 아주머니 같은 비정규직 분들에게 ‘살며-시’ 사랑의 비가 내리기를 빌어본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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