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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 부족으로 난리 난 일본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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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 부족으로 난리 난 일본이 주는 교훈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9.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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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일본 사회가 최근 쌀 부족난과 사재기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지난달 때아닌 쌀 사재기로 쌀 품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슈퍼마켓 매대가 텅 비고 급기야 쌀을 파는 마트도 1인당 쌀 10kg으로 구매를 제한했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했다. 일부 쌀이 없는 마트에서는 미국산 쌀을 급히 구해 판매했다. 이른바 ‘레이와 쌀 소동(令和の米騷動)’의 불을 지핀 것이다. 레이와(令和)는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2019년을 원년으로 하는 연호다. 레이와 시대 들어서 쌀 부족과 사재기로 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1993년(평성 5년) ‘헤이세이 쌀 대란(平成の米大亂)’ 이후 약 30년 만에 쌀 부족 쇼크다. 이때는 이상기후로 기온이 낮아져서 쌀 생산량이 급감했다. 당시 쌀 수요가 1,000만톤 가량이었는데 생산량은 783만톤에 그쳐 쌀 자급률이 75%로 떨어졌다. 쌀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서 미국과 태국 등지에서 259만 톤의 쌀을 긴급 수입하고, 비축미를 풀기도 했다.

이번 ‘레이와 쌀 소동’ 사태로 일본 정부는 그간 과잉 생산된 쌀 생산량을 조정만 하려는 정책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져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은 50년 이상 감반정책(減反政策)을 쓰며 지속적으로 쌀 생산량을 줄여왔다. 감반정책은 1971년부터 추진돼 2018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쌀농사를 다른 작물로 전환시키는 보조금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쌀 생산량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의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쌀 수확량이 급감했다. 코로나19도 영향을 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하지 못했고, 내수 불황이 이어지면서 쌀 과잉을 걱정해 생산량을 더 줄여왔다.

이런 여파로 일본은 쌀 재고량 관리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6월 말 전체 쌀 재고량은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41만톤(20%)이 줄어든 156만톤이 되었다. 그간 200만톤 내외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최저치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쌀 생산이 급감했던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쌀 수요량은 늘고 공급량이 줄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고질적 구조가 되어 버렸다. 또 여름 동안 태풍과 지진이 발생하고, ‘난카이 해곡 대지진’ 주의 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재난 대비용 쌀을 미리 사두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쌀 부족을 강조하는 언론보도가 사재기를 부추긴 면도 있다.

쌀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7월 생산된 미야자키현(宮崎県) 극조생종 ‘하야바마이’는 일본농업협동조합(JA그룹)의 매입가가 60kg당 1만9,000엔(17만5,000원)을 넘어서 전년 대비 40% 올랐다. 다른 산지의 하야바마이 역시 소매가격이 5kg당 3,000엔(2만7,600원) 전후로 전년 대비 2배 올랐다.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에서 판매된 햅쌀 가격도 전년 대비 50~80% 상승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쌀 중에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생산한 특산 쌀 ‘아키타코마치’는 전년 대비 81% 상승한 60㎏당 2만7,650엔(24만6,4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곧 수확될 쌀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공급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고 국민에게 차분한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쌀 가격 하락을 우려해 100만톤 가까이 되는 비축미를 풀지 않았다. 이런 정부의 미온적 정책 결정으로 국민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일본의 쌀 부족 사태는 단순한 식량문제를 넘어 정부의 신뢰도 저하와 사회불안으로 이어졌다.

올해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특히 쌀 주요 산지인 니가타, 아키타, 야마가타, 이와테현 등지에서는 이미 대규모의 지진 또는 폭우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도 계속 불어올 것이므로 쌀 공급 문제가 원활하게 풀릴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햅쌀이 출하돼도 쌀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이번 ‘레이와 쌀 소동’의 키워드는 일본 정부의 식량안보에 대한 안일한 대처와 폭염, 폭우, 지진 등 자연재해로 빚어낸 사태다. 쌀 산업 여건이 유사한 우리나라에도 정책적 교훈을 안겨준 중요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쌀 수급 예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공급이 소비를 쫓아가지 못해 쌀 가격이 오르는 일본을 보면서, 쌀을 많이 소비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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