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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장마철 여전히 침수 대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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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장마철 여전히 침수 대책 미흡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7.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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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하늘이 낮게 드리웠다. 구름은 검게 하늘을 덮고 비는 오락가락하며 더위와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의 대표적인 풍경과 장마의 모습이다.그나마 연중 계절마다 겪는 행사 같은 여름의 과정이기에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보면 편한 마음이다. 장마는 곧 또 다른 추억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장마 중 비 온 뒤 붉게 개인 하늘을 보고 아침인 줄 알고 가방 메던 일, 중학 시절 하굣길에 책가방을 머리에 얹고 뛰던 기억들이 생각난다. 그 시절은 그래도 자유와 나름의 해방감으로 비를 맞곤 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비 한방울도 맞지 않으려는 생활의 모습이 씁쓸하다. 장마 또는 장맛비는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비’라 하는데 예전 어릴 적 비와는 다른 추억과 비유가 있다. 최명익의 단편 ‘비 오는 길’에는 “빗소리는 여운이 없이 무겁게 들렸다”하여 여름 빗소리를 미화하지 않았다.

우리 소년기에는 초가지붕에서 내리는 비가 물 고인 곳에 떨어져 내는 빗소리와 방울져 오르는 모습을 보아왔다. 우리네 비 감상의 모습이었다. 그때 우리 생활은 장마는 지루한 것에서 나름의 시름을 달래곤 하였다. 낮은 기압으로 동네를 휘도는 부침개 부치는 기름 냄새와 담을 넘는 여름날 모깃불의 연기였다. 저녁 짓는 굴뚝의 연기가 땅에 깔려 몽환적 으로 보일 때, 여름 장떡과 감자와 옥수수의 먹거리도 한몫하였다. 지금은 아파트와 담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장마 때마다 보았던 여름의 추억이 그리울 뿐이다. 비 온 뒤 산을 휘도는 운무와 먹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노라면 세상 이치 속 인간 삶의 모습이다. 봄의 비는 내릴수록 기온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은 버선발 딛는 새색시 닮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여름 장맛비는 변죽을 담은 여인의 마음같이 세차게 몰아쳐 내린다고 표현하였다. 한바탕 소란하게 퍼붓는 성깔하며 소의 등을 가른다는 소나기의 내력은 한여름의 유희(遊?)가 따로 없다. 장마의 여름 산을 가본 적이 있다. 쏟아붓는 비의 모습 소나기와 동남아의 스콜은 다르지만, 습한 밀림과 한국의 산림이 이제는 닮아있다. 곳곳에 작은 폭포 같은 물길에 하얀 포말을 만들고 흘러내려 내를 이룬다. 여름꽃 참나리와 여러 가지 색의 야생화 꽃도 여름 배경을 보탠다. 비를 머금은 꽃잎과 꽃술로 고개를 숙이며 비 온 뒤 폭염을 견딜 채비를 하고 만물의 이치에 순응하는 자세로 보내는 식물의 세계. 우리도 배울만한 자연현상과 자세이다. 구름이 빠르게 회전한다. 또 비가 오려나 보다.먼 산의 장마 속 운무가 희뿌연 수묵화를 그려 내었다.

장맛비 내리는 여름의 낭만과 일상의 일탈 아닌 삶의 방법에서 장마의 수용(受容)과 어울림이 곧 연장된 마음의 정리 일게다. 장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9일 전국에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전국 곳곳에서 이틀이 안 되는 시간에200㎜넘는 비가 쏟아졌으며 전북 군산(내흥동)에서는 지난 10일 새벽 1시42분부터 2시42분까지1시간 동안131.7㎜의 비가 내려1시간 강수량 기준으로 기상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군산 연 강수량(10246㎜)의10%가 넘는 비가 하루도 아닌1시간에 내린 셈이다. 장마는6월 하순에서 7월 하순에 걸쳐 ‘오랫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습한 공기가 정체전선(장마전선)을 형성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많은 비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시기를 장마철, 이때 내리는 비를 장맛비라고 한다.

장마전선이 태풍과 만나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집중호우가 내려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과거 장마 기간은 평균 30~35일이었고 이 기간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은15~20일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장마 기간이 들쭉날쭉해졌다. 2020년 장마는8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으나 2021년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짧은 기간 사이에 끝나 버렸다. 올해는6월19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내륙으로 확산돼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장마는 특히‘야행성 장마’와‘좁은 지역에서 강수량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밤만 되면 국지성 호우가 세차게 쏟아지는가 하면, 한 지역에서는 시간당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반면 이웃한 한 지역에서는 시간당10㎜이하의 비가 내려 극단적인 대조를 빚기도 한다. 기상학자들은 이들 현상의 원인으로도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앞으로 어떤 종류의 장마가 나타날지 걱정이다. 시간당100미리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장마철 각종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200년 만에 한번 정도 발생할 수 있는 강수량이라고 발표했다. 승강기 침수와 산사태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고,도로가 침수되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장마철 피해는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는 없었을까?

미연(未然)은 아직까지 일이 터져서 그렇게(然)되지 않았다(未)는 뜻이다. 미연에 방지하라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 미리 조치를 취하여 일의 발생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수는 사고가 터져도 해결하지 못하고, 중수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해결하고, 고수는 사고가 나기 전에 해결하여 사고 자체를 막는다.미연에 방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고수다. 사마천(사기)에 나오는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의술을 갖고 있었던 명의였다. 편작에게는 형제가 셋이 있었는데 모두 의술에 능통했다고 한다. 형제 중에 누가 제일 의술이 뛰어나냐는 질문에 편작은 큰형이라고 대답했다.

큰형은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알아차려서 미연에 예방하니 의술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형은 병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치료를 해주고, 자신은 환자의 병세가 깊어 고통을 호소할 때 비로소 치료하기 때문에 가장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의라고 세상 사람들에 알려져 있는 것은 병이 나서 고치는 것만 보고 그러는 것이니 진짜 고수는 병이 나기 전에 미연에 치료하는 큰형이라는 것이다. 편작은 이미 발생한 병만 고치는 하수라면 편작의 큰형은 예방의학을 실천한 미연의 고수였던 것이다. 중국 원(元)나라 좌극명(左克明)이 편집한(고악부(古樂府))에는 군자의 능력을 ‘미연(未然)에 방지(防止)’라고 정의한다.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조심하고 조치하여 예방한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가 매년 집중 호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사고와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관련 기관들의 안일하고 허술한 대응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집중 호우로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터지면서 인근 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 탑승자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수 대비에서 제방 관리, 도로교통 통제까지 총제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사건으로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경찰과 소방 당국,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 등 40명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타성에 젖어 으레 하던 대로 움직인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매년 장마에 대비해 취약·위험지역을 점검하고 재해취약계층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중 호우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피해를 입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기상청은 전국에 많은 비를 예상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오송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집중 호우에 따른 안전 사각지대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기 바란다. 귀중한 생명이 달려 있는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장마철 집중호우 위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한다. 흔히 자연재해를‘천재’라고 하지만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인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관련 부처와 지자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모든 재해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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