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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올림픽 탁구 선수들이 나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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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올림픽 탁구 선수들이 나에게 준 선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8.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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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2024 파리올림픽 탁구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혼합복식과 여자단체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먼저 신유빈, 이은혜, 전지희로 구성된 여자탁구대표팀은 여자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한국 여자탁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얻은 올림픽 단체전 메달이다.

신유빈은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따면서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김택수가 남자단식과 복식 동메달, 현정화가 여자단식과 복식 동메달을 획득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32년 만 이다.

여자 단식까지 3개 종목에 모두 출전한 신유빈은 대회 첫날부터 폐막 전날까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친 끝에 값진 성과를 냈다. 15일 동안 14경기를 소화하면서 지칠 법도 하고 힘들 만도 한데 항상 밝은 미소를 잊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지희는 2011년에 중국에서 귀화해 국내 에이스로 활약해왔으나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3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생애 첫 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해 중국에서 귀화한 이은혜는 첫 출전 한 올림픽 무대에서 첫 메달을 획득하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는 육체적으로는 피와 멍, 땀이 범벅되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와 인내가 심장을 억눌렀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이들이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스포츠맨 정신이나 태도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으며 올림픽의 새로운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신유빈은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의 히이타 선수에게 패배한 후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은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며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했다. 한국의 수준 높은 매너를 보여준 것이다. 또 상대 선수의 우월한 실력을 인정하면서 “이게 현재 나의 최선이고 내 실력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는 말로 ‘품격’을 보여줬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후 서로를 존경하고 함께 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하는 삼총사의 언행과 품격은 전 세계인에게 귀감이 되었다. 수원이 고향인 신유빈은 이은혜, 전지희와 함께 나선 여자단체전에 대해서도 언니들이 도와주고 잘했기 때문이라고 모든 공을 돌렸다.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한 언니 선수들은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또 응원하여 주신 많은 분과 탁구협회장, 코치, 파트너 선수들에게도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자팀 맏언니로 중심을 잡아준 진지희는 “탁구 대표팀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혼자 이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싸워준 팀원에게 감사하다.”며 “한국에 온 지 14년째고 대표 선수가 된 지 10년째다. 한국에서 만난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로 거듭난 이은혜는 “많은 분이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와 너무 기쁘다.”며 “사실 나는 많이 힘들고 부족했는데 (전)지희 언니와 (신)유빈이랑 좋은 팀을 이뤄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기쁘다.”며 웃었다.

패배를 인정하고 또 다시 일어나겠다는 신유빈의 인터뷰,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삼총사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 지는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계속되는 언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뉴스에 나도 모르게 지쳐있었나 보다. 음주운전으로 고속도로를 200km 달렸다는 사람, 산책길에 나선 여성이 폭행당한 사건, 광복절에 일장기를 게양하는 이상한 사람들, 협치가 뭔지 모르는 정치 등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요즘, 탁구선수들의 언행과 품성은 우리에게 주는 희망이자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길이 아닐까 싶었다.

이와 별개로 이번 올림픽의 최대 화제작은 신유빈이 에너지 보충을 위해 바나나와 에너지젤, 어머니가 만들어준 주먹밥 등을 챙겨 먹는 이른바 먹방의 모습이었다. “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니 지치지 않으려고 더 잘 챙겨 먹었다.”고 해맑게 말하는 신유빈의 행실은 그냥 우리네 아들, 딸 들의 평소 모습이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나 보다.

신유빈의 먹방이 나간 후 에너지젤 제품이 품절됐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주먹밥이야 품절이 될리 없지만 많은 가정에서 자녀들을 위해 주먹밥에 도전하는 릴레이 같은 캠페인도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먹밥이 최신 유행이 되면 남아도는 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에 조그만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영웅이 따로 있을까, 오랜 기간 땀 흘리고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 준 모든 선수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들은 나의 영웅입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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