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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에도 명품이 있다. 이천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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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에도 명품이 있다. 이천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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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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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임금님도 맛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쌀이 바로 이천쌀이다. 대한민국에서 이천쌀하면 밥맛이 좋기로 유명해 예부터 전국 제일가는 쌀의 고장으로 불린다. 전국팔도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오르던 임금님 수라상에서 빠질 수 없던 것이 단연 이천쌀이었다. 

이천쌀이 ‘임금님쌀, 임금님쌀’ 하는 데는 역사와 전통이 있다. 이천 부사(府使) 복승정(卜承貞)이 지은 문헌에 따르면 성종이 세종능에 성묘하고 환궁 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쌀로 밥을 지어 진상했는데 맛이 좋아 자주 진상미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이천을 땅이 넓고 기름진 곳으로 밥맛 좋은 자채쌀을 생산해 임금님께 진상하는 쌀의 명산지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문신인 강희맹이 지은 농서 ‘금양잡록(衿陽雜錄)’과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산림경제(山林經濟)’, 문신 서명웅의 ‘고사신서(攷事新書)’ 등에서 이천지역의 당시 품종이었던 ‘자채벼’의 우수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실학자 서유구가 경험한 농법을 토대로 쓴 농서 ‘행포지(杏蒲志:1852년)’에서도 이천지역은 ‘쌀이 잘 된다’고 기록하면서 이천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이천은 평야 지대로 산봉우리가 둘러싼 분지다. 낮은 구릉 사이로 복하천, 송곡천, 청미천 등 남한강의 지류가 지나며 토질이 비옥한 충적토양(沖積土壤)이다. 풍부한 수계는 논농사의 관개용수로서 부족함이 없어 양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여느 농산물이 다 그렇듯, 최고의 품질이 되기 위해선 기후와 온도, 습도, 토질 등의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천은 분지이고 계절 차가 뚜렷한데다 밤낮 일교차가 커 우수한 품질의 쌀이 결실을 맺는 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이천의 토양은 점토 함량이 높고 마사토로 이뤄져 생육 후기까지 영양분 공급과 물 조절이 잘되는 천혜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남한강을 중심으로 깨끗한 물이 흘러 최고의 쌀을 생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임금님표 이천쌀’은 전국 농특산물 중에 브랜드화를 시도한 첫 사례다. 임금님표 이천쌀은 농가와 농협이 100% 계약 재배를 체결한 뒤 철저한 시스템에 따라 수매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천시에서는 추청(아끼바레)이나 고시히카리와 같은 외래품종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국내 품종개발로 ‘해들’이나 ‘알찬미’와 같은 신품종이 나왔다.

‘해들’과 ‘알찬미’는 밥맛 평가에서 추청(아키바레) 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해들은 식미뿐 아니라 병해충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강해 진천, 청원 등 전국 각지로 보급·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쌀의 참맛이 느껴진다는 ‘참결미’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맑게 씻어 나온 쌀이라는 뜻에 ‘청세미’, 추석 전에 생산되는 ‘오롯미’ 등도 이천 지역 대표 품종이다. 

이천시는 해마다 10월 이천쌀문화축제를 열어 이천쌀의 우수성을 알린다. 축제는 체험행사와 전시·판매로 나눠진다. 체험행사를 통해 짚공예 사랑방, 짚가리 방방, 풍년마당질, 풍년대장군, 햅쌀여장군, 풍년대박 터뜨리기, 떡메질, 절구질 등을 즐길 수 있다. 전시·판매를 통해 이천 러브미(Love米)특별전시전, 현대 농기계전, 농경문화 사진전, 햅쌀장터, 맛보기장터, 시골장터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천도예촌을 중심으로는 쌀밥거리가 있다. 전통 쌀밥정식을 맛볼 수 있다. 이천쌀에 대추, 검은콩, 밤, 은행, 인삼 등의 여러 재료를 넣고 돌솥에 지은 밥이다. 이천쌀밥은 일반 쌀에 비해 니아신(niacin), 칼륨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영양가가 높다. 밥맛(찰기와 질감)을 결정 짓는 단백질과 당질이 전국평균보다 각각 0.8%, 1.7% 낮아 밥맛이 뛰어나다. 

이토록 국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천쌀이 세계 각국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2008년 인도네시아, 2009년 러시아와 호주, 2011년 홍콩에 진출한 이천쌀은 현재까지도 거래되고 있다. 또 2016년에는 중국에 198톤을 수출하였고, 2022년부터 2024년 3년째 미국으로 160톤을 수출했다. 이천쌀로 만든 컵 누룽지, 고단백 미숫가루도 함께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이천시는 쌀 소비시장 위축 등 위기 상황에도 명품쌀을 생산하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매년 전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과일이나 지역에 한정된 채소, 작물이 아니라 우리 땅 어디서나 생산되는 쌀을 명품으로 만들어 낸 이천시와 농민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땅히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모두가 인정받야야 할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우리 농업이 발전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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