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 유영애 作
하루 일당만큼이나
가파른 언덕
그 길 걸어간다
삶의 흔적 켜켜이 남아 있는
비탈진 동네
재개발 소식 허공에 걸려
펄럭인다
삽짝도 없던 낮은 울타리
해 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유년의 골목길
우리들의 함성
무지개 타고 뛰어오르던
그 골목길
[시인 이오장 시평]
그때는 그랬다.
골목이 유일한 놀이터였고 거기 밖에 갈 곳이 없어 낮이나 밤이나 오직 골목에서 뛰며 놀았다.
태어나 골목을 벗어날 시기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지금은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어 아이 때부터 외출이 가능하고 여행도 쉽게 다니지만 그 때는 오직 골목이 최고 놀이터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만 올라가도 동네가 훤히 보이고 전깃줄에 묶인 전봇대를 쳐다보며 꿈을 키우고 친구를 사귀었다.
저녁나절이면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밤이면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늦게 오시는 아버지를 마중하던 골목, 밤늦게 찾는 친구의 속삭임이 지금까지 들릴 것 같은 그 길, 이어진 처마마다 빨래가 내걸려서 색 바란 속옷이 부끄럼 타던 동네, 얼마나 그리우면 꿈길에도 나타날까.
유영애 시인은 인천에서 뿌리를 내리고 토박이처럼 살았다 직장 생활도 거의 인천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향 의성을 떠났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
도시 어느 곳을 가 봐도 고향만한 곳이 없고 큰 도시로 발전하였으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고향은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 골목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낮은 집들이 허물어지고 하늘을 가리는 빌딩이 솟아나 뛰놀던 골목이 없어졌다.
꿈속에서는 변함이 없는데 날마다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흉물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러나 불가하다.
삽짝도 없던 동네는 철근콘크리트에 눌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렇게 한 편의 작품으로 남겨 자신과 같은 생각을 품은 이들을 위로하고 꿈속에서 만나기를 원할 뿐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